오만과 비기고도 느긋한 허정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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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의 시계는 아랍에미리트(UAE) 전에 맞춰져있다.

축구 대표팀(FIFA랭킹 46위)이 3일 UAE 두바이 알와슬경기장에서 열린 오만(81위) 전에서 0-0으로 득점 없이 비겼다. 7일 열리는 UAE(120위)와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6차전을 대비하기 위한 리허설이었다.

전반 중반까지 꿋꿋이 자리를 지키던 허감독은 경기 막바지까지 골문을 열지 못하자 그라운드로 다가가 선수들에게 큰 소리로 작전을 지시하고 아쉬운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선수들을 두루 기용하며 컨디션 점검에 중점을 뒀다. 오늘 경기를 통해 UAE전의 윤곽을 그릴 수 있었다"라며 여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3승2무로 조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은 UAE를 꺾을 경우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7회 연속 본선 진출을 사실상 확정짓는다.

▶12명 교체 투입=허 감독은 후반을 맞이하며 6명의 선수를 바꾼 것을 시작으로 무려 12명을 교체 투입했다. 선수단 25명 중 골키퍼 정성룡과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신영록을 빼고 모두 그라운드를 밟은 셈이다. 김형일·이강진·김근환·유병수·양동현 등 5명은 이번 경기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풀타임 출전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아깝다, 기성용 패널티킥=후반 38분 기성용은 배기종에게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연결했다.배기종이 페널티킥을 유도해낸 시발점이었다. 기성용이 찬 페널티킥은 오만 골키퍼 알 합시의 선방에 막혔다. 기성용은 골키퍼를 맞고 나온 공을 재차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또다시 알 합시의 거미손을 뚫지 못했다.알 합시는 2003년 코엘류 감독이 지휘하던 한국에 1-3 오만 쇼크를 안겼던 바로 그 골키퍼다. 오만 출신 제1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로 2006년부터 볼턴 원더러스에서 뛰고 있다. 경기 후 기성용은 실축에도 기가 죽지 않고 웃으면서 "두 번째 슈팅은 무조건 들어가는 줄 알았다. 어쩐지 잘 막더라"고 말했다.

▶박주영의 프리킥 3발=한국은 전반에 4개의 슈팅을 때렸다. 모두 박주영의 발끝에서 나왔다. 그 중 세 개는 프리킥 직접 슈팅이었다. 모두 날카롭게 골문을 위협했다. 한국은 전반 내내 공격의 주도권을 잡았지만 골 결정력 부족으로 페널티킥과 프리킥 장면을 빼고는 크게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 또 간간이 역습을 허용할 때면 수적으로 동등하거나 우세한 상황에서도 허둥대며 실점 위기를 맞았다. 주장 박지성은 "더위 속에서 어떻게 싸워야 할지 좋은 경험을 했다. UAE전에서는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허 감독은 경기를 마친 후 두바이 알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UAE와 독일의 친선경기를 지켜보며 필승 전략을 구상했다. UAE는 독일에 2-7로 대패했다.

두바이(UAE)=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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