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중소기업 돈가뭄 부채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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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가뜩이나 돈가뭄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의 돈으로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어이없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청주 소재 한 중소기업은 최근 S시중은행 거래지점으로부터 "기존 부동산담보 대출 잔액에 대해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서를 추가로 받아 오라" 는 연락을 받았다. 이는 정부가 아시아개발은행 (ADB) 차관 10억달러의 지원까지 받아 지난 1월 중순부터 시행하고 있는 부동산 담보부 특별신용보증제도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이미 담보까지 들어 있는 대출에 대해 2중으로 신용보증까지 들라고 하면서 보증료의 상당부분을 해당 기업에게 떠안게 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업체의 경우 대출금 잔액 65억3천만원의 0.8%에 해당하는 기술신보 보증료 5천2백여만원을 은행측이 금리삭감으로 메워줄 줄 알았으나 외화대출.시설자금대출.부동산저당대출을 뺀 23억3천만원에 대해서만 금리를 0.8% 깎아주는 바람에 무려 3천3백만원을 가만히 앉아서 날리게 됐다.

은행이 중소기업에게 특별보증을 받도록 요구하려면 보증서 발급과 함께 기업이 보증기관에 무는 보증료 (대출금의 0.8%) 를 금리우대로 전액 보전토록 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중소기업은행 담당자는 "외화대출이나 각종 중소기업지원기금 처럼 금리가 낮고 마진폭이 작은 정책자금은 대부분 은행들의 내규상 금리우대 대상이 될 수 없도록 돼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보증료를 기업에게 물릴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이런 일이 빈발하면서 각 은행과 신용보증기관에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씩의 부담을 갑자기 지게 된 중소기업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신용보증기관이 보증료를 더 낮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보증기관들은 이미 일반신용보증료율 1.0%보다 0.2%포인트나 낮춘 수준이라고 맞서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측은 "은행들이 이 제도 덕택에 BIS비율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된만큼 보증료 부담을 어려운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고 지적했다. 주택 이외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신용기관이 다시 보증해 주면 BIS비율 산정때 위험가중치가 1백%에서 10%로 크게 떨어져 적잖은 BIS비율 개선효과가 있다. 은행권 부동산담보 특별보증 실적은 시행 세달여만인 지난 14일 현재 신보5조3천5백억원, 기술신보 2조5천6백억원 등 모두 7조9천여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특별보증을 받은 중소기업들의 추가부담이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금융계는 추정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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