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채 중동 가는 유조선 식수 싣고 가 수출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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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중동으로 가는 빈 유조선이 물을 싣고 가서 수출하면 어떨까. 상상으로만 그쳤던 이 일을 환경부가 검토를 시작했다. 환경부는 유조선의 밸러스트수(水)로 바닷물 대신에 강물이나 수돗물·먹는샘물(생수)을 채워 중동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홍익대 산학협력연구단에 타당성 검토를 맡겼다.

밸러스트수는 화물을 내린 빈 배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채우는 물이다. 유조선에서는 오염방지를 위해 기름 싣는 칸과 밸러스트수를 싣는 칸이 구분돼 있다. 요즘 건조되는 유조선은 기름 유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중 선체(이중벽)로 돼 있고, 벽 사이에 밸러스트수를 채운다.

지난해 국내 도입된 원유는 1억2000만t이다. 보통 되돌아갈 때는 원유 선적량의 30~35%에 해당하는 밸러스트수를 채우기 때문에 한 해 최대 4000만t까지 수출할 수 있다. 4000만t은 1000만 서울시민이 열흘간 사용하는 수돗물이다.

환경부 정복영 물산업지원팀장은 “한국의 앞선 조선 기술을 활용해 물 수출에 적합한 유조선을 개발할 수도 있어 조선 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는 2013년 1월부터 건조하는 선박에 대해 밸러스트수 내의 생물을 소독·여과·제거하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밸러스트수가 바닷물 속의 생물종을 먼 곳까지 옮기면서 해양생태계를 교란하기 때문이다. 소독 비용을 감안하면 민물을 수출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홍익대 송무석(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물을 수출하려면 중동에서 물을 하역하거나 저장하는 시설이 필요하다”며 “당장에는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물 부족 심화 등을 감안한다면 장기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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