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가는 웨딩사진에 눈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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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가는 웨딩사진에 눈길이…
다시 새기는 사랑의 맹세

1차 당첨자 송한기이혜령부부 
세월은 탈색제다.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부부의 연을 맺던 그날의 눈부신 추억, 사랑의 맹세조차 시나브로 빛이 바래간다. 어찌 보면 인지상정. 너무 애석해할 필요는 없다. 다시금 초심을 떠올리도록 만드는 게 지혜다. ‘리마인드 웨딩’이 뜨고 있다. 일상에 쫓겨 퇴색한 남편-아내관계에 결혼 당시의 본디 색깔을 입혀주는 까닭일까. 한 부부의 ‘그때와 오늘’을 통해 리마인드 웨딩의 의미를 따라가본다.

결혼반지 없이 살아온 8년차 부부  
-‘힙합전사’ ‘전자잡지계의 꽃미남’ ‘雜學多食 송박사’ ‘옥천의 땅부자’…. 송씨를 칭하던 말들이다. 그러나 그는 이제 자신을 칭하던 수많은 수식어를 거부하며 자신을 ‘혜령의 남자’로만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송한기(38)씨와 이혜령(38)씨의 청첩장 내용중 일부다. 신문기사 형식의 이 청첩장은 ‘끊임없는 열애설에 휩싸였던 송한기, 이혜령 커플이 드디어 결혼발표를 해 화제다’를 시작으로 두 사람의 연애시절 사진부터 부인 이씨의 결혼소식에 평소 절친한 원반(원빈)이주먹을 허공에 휘둘렀다는 엉뚱하지만 유머러스한 보도(?)로 가득하다. 모두 남편 송씨의 아이디어. 잡지기자 답게 기발한 청첩장은 인기폭발이었다. 그런데 이 청첩장의 위력은 또 한 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휘됐다. 결혼을 앞두고 친구들이 열어준 처녀파티에서 거나하게 술에 취한 신부. 낭군 송씨에게 전화 걸어 횡설수설(?)한다. 야근 후 택시 타고 퇴근하던 송씨는 전화 건너편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다가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다. “정신없는 와중에 여권과 결혼반지를 택시에 놓고 내렸지 뭐예요.”
 
반지는 강남역 리어카에서 5000원 주고 급구. “오래 끼고 있으면 손가락에 까만 줄이 생기는” (송씨), “조폭이 낄 것 같은 알이 큰”(이씨) 반지였다. 문제는 여권. 결혼 하루 전날 명함과 청첩장을 들고 서울시내 구청이란 구청은 다 돌아다녔지만 하루 만에 여권을 재발급해주는 곳은 찾기 힘들었다. “아까우니까 나 혼자라도 다녀와야겠다”라는 아내 말대로 될 뻔했던 순간, 청첩장을 본 서초구청의 여권 담당직원이 “너무 재미있다”며 재발급해줬다. 재기발랄한 청첩장이 제몫을 한 것이다. 둘은 손가락에 피가 안 통하는 싸구려반지를 끼고 결혼에 골인했고 신혼여행도 떠났다.

다정다감한 A형 남자와 호쾌한 B형 여자가 살아가는 법
“너희도 드디어 결혼반지가 생기는구나!” 리마인드웨딩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들이 건넨 말이다. 결혼 8년차. 두 사람의 손에는 결혼반지가 없다. 반지를 끼었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10주년까지 잘살면 리마인드 웨딩을 하자고 약속했어요. 반지도 그때 하기로요. 그런데 2년 앞당겨 기회가 찾아네요.” 송씨가 반지를 끼워주며 말한다. “고생많이 했지?” “어? 나 고생 안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을 빗나간다. 엄한 부모 슬하서 자란 까닭에 결혼 후 오히려 무한한 자유를 얻었다는 게 아내의 해명이다. “요즘 부부들 남녀평등을 말하며 설거지는 누구, 빨래는 누구라고 정한다던데. 우린 일거리가 눈에 띈 사람이 먼저 해요.” 남편 송씨의 말이다. 금요일 저녁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상대방이 기뻐할 모습을 그리며 흔쾌히 한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힘든 날도 적잖았다. 결혼하자마자 아내 이씨가 대학원을 다녔고, 졸업하자 이번에는 송씨가 유학을 결심했다. “2년의 유학과 재취업까지. 기약 없는 결과를 기다리는 건 암담한 일이었죠. 그래도 나중에 ‘그때 해 볼걸 그랬어’라는 후회를 하긴 싫었어요.” 본인을 위한 투자를 아깝게 생각하지 말자는 게 부부의 결론이었다. 천생연분은 틀림없는데 의외로 공통점은 없다. 식성도 성격도취향도 다르다. 언뜻 보면 성별이 바뀐 것 같다. 부인은 이성적이고 일사불란하게 일을 진행하는 반면 남편은 감성적이고 꼼꼼하며 요리를 잘한다. 그런데 그들은 묘하게 통한다.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노력이 필요한 게 결혼이죠. 연애 때보다 훨씬많은 노력과 배려가 필요해요. 결혼 후 어른이 됐다는 생각이 많이 들죠.”
 
부부는 반지를 서로 끼워주며 새로운 약속을 하나씩 했다. 남편은 우선 고마움을 전했다. 유학 후 직업을 구하느라 9개월간 ‘백수’로 있을 때도 묵묵히 지켜봐준 아내가 새삼 소중함을 느낀다. “좋은 남편이자 좋은 가장이 되겠다고 약속하고 싶습니다. 아이에게 귀감이 되는 가장, 아내에게는 금혼식까지 함께 치르며 믿고 살아갈 수 있는 평생의 반려자라는 생각이 들도록 말이에요.” 이씨도 공개 다짐했다. “주장이 강한 편이라 신랑이 늘 따라주는 편이죠. 내 생각이 7이면 남편 생각이 3정도. 이제 비중을 바꿔 신랑이 6, 내가 4 정도로 노력하려고요. 다만 이 약속은 신랑이 좀더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긴 하죠. 하하” 

협찬 및 캠페인 지원=LG마에스트로, 스타일러스 by 골든듀
웨딩드레스=웨딩트리
웨딩스튜디오=메종드비쥬(신호식 실장)
웨딩 헤어&메이크업=애브뉴 준오(Avenue Juno)

프리미엄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기자 choi31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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