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CBM, 동창리서 동쪽으로 쏘면 미국 직접 겨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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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새 미사일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로 옮김에 따라 정보 당국이 발사 방향 분석에 관심을 쏟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장거리 로켓을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동쪽 방향으로 태평양을 향해 발사했다. 하지만 동창리는 북한 서해안에 위치해 있다. 정부는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 방향을 동쪽과 남쪽을 놓고 분석했으나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정부 소식통이 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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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입장에선 동창리에서 미사일을 어느 쪽으로 발사하든 모두 전략적 장점이 있다. 동쪽으로 발사할 경우 태평양이 있어 7000∼8000㎞(탄두 무게에 따라선 1만5000㎞) 날아가는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북한의 발사 능력을 최대한 과시할 수 있는 것이다. 하와이와 알래스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효과도 있다. 인공위성이 아니라 미사일을 쏠 때도 유리하다. 무수단리에서 발사하면 미사일의 고도가 낮아 동해에서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에 장착된 SM-3 미사일에 요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동창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북한을 지나는 동안 고도가 높아져 동해 상공에선 SM-3 미사일의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요격하지 못하도록 미사일을 인공위성이라고 위장할 필요가 없다.

동창리에서 서해~동중국해~필리핀해로 이어지는 남쪽 방향으로 발사하는 방법도 있다. 이 방향으로는 최대 거리가 4500㎞ 정도여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짧게 쏘거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야 하는 제한이 있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선 나름대로 이점이 있다. 우선 중국과 인접해 있어 미국·일본의 이지스함이 요격하기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또 동중국해에는 오키나와, 필리핀해에는 괌이 있어 탄도미사일로 위협할 수 있다. 괌과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군은 한반도 유사시 한국 방위를 위해 증원되는 전력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개발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이 한반도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이달 중순 발사 가능=국회 외교통상통일위 한나라당 간사인 황진하 의원은 북한의 ICBM 발사 징후와 관련,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이달 중순께 발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황 의원은 1일 이날 SBS 라디오 ‘이승열의 SBS 전망대’에 출연, “통상적으로 (장거리 미사일이) 발사 위치로 가게 되면 조립하는 데 2∼3주 걸린다”며 “(정치적) 효과를 고려해 그때쯤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동창리 발사장=북한이 미사일 발사장을 현대화하기 위해 2000년 착공, 현재 거의 완공 단계에 있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현재 발사장에 10층 높이의 발사대와 자동화된 로켓 제어·조종시설 등이 설치돼 있다. 장거리 미사일을 안정적으로 발사하려면 발사대와 조종·제어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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