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의 성공 원포인트 레슨] 불경기에도 줄 서는 그 집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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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 있는 한 음식점은 늘 단골로 북적인다. 이 가게는 주문받은 음식을 요리하기 전에 반드시 주인이 원재료를 쟁반에 담아와 손님에게 보여 주는 게 특징이다.

“이거 봐, 이렇게 신선한 걸로 만들 거야. 모두 국산이야. 오늘 새벽에 도착한 거라니까.”

주인이 반말투로 얘기하지만 좋은 원재료를 쓴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기 때문에 손님들이 별로 개의치 않는다. 주꾸미 맛집으로 소문난 마포의 한 음식점 주인 할머니는 손님들이 어떤 음식을 주문할까 의논할 때면 어김없이 ‘전문이니 나한테 맡기라'고 끼어든다. 하지만 불만을 표하는 손님은 드물다. 음식이 나오면 할머니가 주방에서 나와 김에 싸서 먹는 법을 일일이 알려줘서다.

사업에서 성공하는 비결 중 하나는 긍정적인 정보를 소비자에게 끊임없이 제공하는 것이다. 이동통신사처럼 전 국민이 다 아는 브랜드가 쉴 새 없이 광고를 내보내는 것만 봐도 그렇다. 작은 점포도 마찬가지다. 대기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잘 알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뿐이다.

남들이 다 하는 식으로 홍보를 해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가정에서 받아보는 중국집 전단이 대표적인데, 천편일률적으로 메뉴와 가격만 안내된 경우가 많다. 손님에게 음식을 먹고 싶으면 연락하라는 투일 뿐 왜 그 가게에 주문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구를 찾아볼 수 없다. 수많은 음식점의 메뉴판에도 음식 이름과 가격만 적혀 있다. 음식을 내면서 “해초를 많이 먹으면 지방 분해가 잘돼 살도 빠지고 혈액 순환에도 도움이 돼요” “우리 집 고추장은 산지에서 직송해오고 국산만 씁니다”라는 등의 말을 건네는 주인은 별로 없다. 식사 후 손님이 계산할 때도 “좋은 쌀을 사용하는데 밥맛이 어떠셨어요” “덤으로 드린 갓김치 정말 귀한 겁니다” 같은 말을 건네는 게 좋지만, 이를 실천하는 점포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대형 마트에서 ‘한번 드셔보세요’라거나 ‘한번 써보세요’라는 권유에 이끌려 물건을 구매하곤 한다. 일반 점포에서도 계산을 하고 떠나는 손님을 문 앞까지 따라나가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말한다면 그 손님의 재방문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불황에는 무뚝뚝한 홀아비가 운영하는 가게는 망해도 상냥한 과부의 가게는 안 망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소비가 얼어붙었다고 해도 구매욕을 자극하는 방법은 있는 것이다. 불황일수록 고객에게 바싹 다가가라. 그리고 속삭여라. ‘이거 얼마나 좋은지 아세요’ ‘우리 제품 정말 싸고 쓸 만해요’라고. 그 말에 진심을 담고, 그 진심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라. 그 이후엔 말로든, 전단으로든, 메뉴판으로든 매출을 올려주는 '마법의 주문’을 계속 속삭이는 게 좋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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