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보증업무제 겉돈다…신용 '투자적격' 이상만 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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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공사 수주를 돕기 위한 국책은행의 보증업무제가 겉돌고 있다.정부가 지난달부터 시중은행의 대외신용도가 회복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수출입.산업은행에 해외공사보증서를 발급해 주도록 했으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 (BBB) 이상인 건설업체에만 보증서를 발급하고 그나마 담보제공을 요구해 업체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남기업은 지난달 에티오피아에서 9천6백만달러 규모의 아디스아바바공항 터미널공사에 프랑스업체와 공동으로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수출입은행에 계약이행보증서 발급의향서를 신청했으나 발주처와 경남기업의 신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3월중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에서 계약이행보증서를 발급받은 것은 현대.삼성 등 3~4개사가 신청한 5건에 불과하다.

수출입은행 산업설비부 박채규 차장은 "공사 자체의 수익성.외화가득률도 중요하지만 은행규정상 업체신용이 좋지 않고 마땅한 담보도 없는 경우 보증서를 발급할 수 없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외건설협회측은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 이후 기업의 신용등급이 급락하는 바람에 국책은행이 보증해 주기로 한 것" 이라면서 "은행내규를 내세워 보증을 제한하는 것은 현대.삼성.대우 등 대형업체 2~3개사 외에는 해외공사를 포기하라는 처사" 라고 반발했다.

유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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