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영화 '화씨 9/11' 22일 국내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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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올해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화씨 9/11'이 오는 22일 국내 개봉한다. 소문대로 영화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재선에 먹구름을 드리울만큼 시종 '부시 조롱하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러나 '화씨 9/11'은 미국의 대선 문제 뿐 아니라 국내 정세에도 큰 파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충격적인 반전(反戰) 메시지를 담은 이 영화가 이라크 추가 파병을 둘러싼 여론의 향방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영화는 고 김선일씨에 앞서 이라크에서 인질로 잡혔다 풀려난 일본인들이 생명을 위협당하는 낯익은 화면까지 담고 있다. 김선일씨 살해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한국인에게 이 장면은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줄 게 분명하다.

영화는 2000년 대선 당시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된 게 아니라 대통령직을 훔쳤다고 주장하는 각종 증거화면을 제시하며 시작한다. 그리고는 2003년 3월 이라크전 개전을 앞두고 부시와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 존 애쉬크로프트 법무장관 등이 우스꽝스럽다 못해 엽기적인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서 분장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바로 이들이 명분없는 전쟁의 '공범'임을 관객들에게 뚜렷이 각인시키는 것이다.

9.11 당시 플로리다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 중이던 부시가 테러 보고를 받고도 7분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눈만 꿈뻑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부시 때리기의 최고점이다. 그러나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이보다 훨씬 강력하다. 9.11테러의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은 물론이고 이를 실행에 옮긴 테러리스트 모두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데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것은 부시 집단과 빈 라덴 집안과의 석유 사업을 통한 오랜 유착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명분없는 전쟁에 희생당하는 건 늘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라고 절규한다.

'화씨 9/11'은 전국 80여개 극장에서 개봉한다. 미국에서는 R등급(18세이상 관람가) 을 받았으나 한국은 15세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아 폭넓은 연령층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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