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이 위조 달러 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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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적지 않은 금액의 위조 달러 화폐가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더 큰 문제는 다른 누구도 아닌 은행이 위폐로 확인된 다음에도 그 일부를 정식으로 폐기하지 않고 본래 주인에게 되돌려 주었다는 점이다.

이런 위폐가 다시 유통에 들어갔음이 확인됐다.외환자유화와 함께 대부분 은행 점포가 환전 (換錢) 업무를 취급하고 있다.

점포마다 위폐 감식시설이나 전문가를 갖추기는 불가능하다.그러나 그 돈이 본점에까지 올라가서도 위폐임을 밝히지 못한 채 거기에서 외국에 있는 은행으로 송금됐다는 것은 문제다.

적어도 본점에는 위조 달러 감식능력을 완벽하게 갖추어야 하고 위폐가 외국으로 송금되는 것은 거기에서 차단됐어야 한다.그러나 이렇게 되지 못하고 상당한 수량의 위조 달러가 홍콩의 미국계 은행으로 송금됐다.

더 큰 문제는 홍콩에서 위폐로 확인돼 국내에 반송된 위조 달러를 그것을 취급했던 은행이 본래 주인에게 되돌려 준 것이다.

결국 그 은행은 위폐 유통의 하수인 역할을 한 셈이 아닌가.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은행 조직이 위폐를 처리하는데 적용하는 통일된 강제적 표준절차가 없기 때문이다.은행은 최종 지불수단인 화폐를 수호하는 것을 기본적 책무로 삼는 곳이다.

그렇지 않고는 은행의 신용은 그 근거가 무너지고 만다.이런 표준절차가 없다는 것은 외환당국인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한국은행, 그리고 취급은행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안그래도 지금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감독기관을 포함해 총체적으로 국제적 신인도를 잃고 있다.그런 판에 외국으로부터 반송된 위폐까지 다시 유통케 했으니 신인도는 또 다른 부분에서 엄청난 손상을 입게 될 수도 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로 재발하지 않도록 하루 속히 위폐처리 표준절차를 마련해 통일적으로 강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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