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베이징서 남북 차관급회담]무슨 얘기 오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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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1일 있을 베이징 (北京) 남북 차관급회담 1차회의에서 양측은 상대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우선 확인하려고 신경전을 펼 전망이다.오전10시부터 2시간 가량 열릴 회의는 남북한 수석대표의 기조연설로 시작된다.

◇ 양측 입장과 전략 = 남측은 비료를 비롯한 '당근' 을 던지면서 남북대화 채널의 유지를 요구하고, 북측은 우선 최대한의 지원물량을 얻어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비료지원 문제를 놓고 지원시기와 물량, 수송로에 판문점 루트를 포함시키느냐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남측이 지원.대화를 병행하면서 포괄적인 남북대화를 유도하려는데 반해 북측은 선 (先) 지원.후 (後) 대화라는 단계별 전략을 구사하면서 사안별로 대북지원과 연계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서로가 원하는 최소한의 것을 얻기 위해서는 어차피 적정선의 타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의제 = 3년9개월만의 당국간 대좌 (對坐)에서 먼저 남측은 남북대화의 재개와 함께 최고당국자간 특사교환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 남북합의서 실천 방안을 거론할 수 있다.이를 통해 이미 94년 6월 남북간에 합의된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도 타진할 게 예상된다.

북한측은 대북지원을 확보하고 정경 (政經) 분리에 따른 대북투자 활성화에 관심을 가질 게 분명하다.보안법 철폐와 안기부 해체, 미전향 장기수 송환 같은 단골메뉴도 거론할 것이 확실시된다.

◇ 전망 = 서로가 필요에 의해 만난 만큼 회담이 깨질 가능성은 작다.북한측이 이례적으로 회담을 제의해온 사실도 낙관론의 배경이 되고 있다.

김용순 (金容淳) 북한노동당 대남비서의 '정경분리 경협수용' 발언, 우리정부의 남북합영농장 승인 등 회담분위기도 좋은 편이다.

남북간 물밑접촉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 타협점이 마련돼 있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비료를 주기 위해 만나지만 '비료만을 주는 회담' 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게 우리 대표단의 입장. 다만 북한측이 비료지원에 집착, 20만t의 물량을 한꺼번에 요구할 경우 난항도 예상된다.

우리는 95년 6월 15만t의 쌀을 서둘러 지원했다 인공기 게양사건으로 낭패를 봤던 악몽이 생생하기 때문이다.회담의 성패는 단발적인 협상결과보다 다음번 회담을 언제 어떤 형태로 계속할 수 있도록 합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북협상 경험이 부족한 우리 대표단이 얼마만큼 협상력을 발휘하느냐도 관심거리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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