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서 축구하다 부상…레드카드 반칙 아니면 국가배상할 사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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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군대서 축구하다 부상…레드카드 반칙 아니면 국가배상할 사유 안 돼

축구 경기 도중 심각한 부상을 당해도 ‘레드 카드’를 받을 정도의 심한 반칙이 아니었다면 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비슷한 유형의 다른 경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임채웅)는 군 복무 중 축구경기를 하다 무릎을 다쳐 전역한 한모(29)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1억7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학군사관후보생을 거쳐 육군 소위로 임관한 한씨는 2005년 3월 육군 모 부대에서 대대장 주관 아래 열린 축구경기에 참가했다 왼쪽 무릎 관절의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상해를 입었다. 상대 진영 우측 코너 부근에서 공을 받아 패스하려던 찰나 부대 동료에게 뒤쪽에서 태클을 당한 것이다. 한씨는 몇 차례 수술 끝에 결국 그해 10월 전역했다.

이후 한씨는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장애 정도가 기준에 미달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한씨는 결국 지휘관 등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대한축구협회의 경기규정상 ‘심한 반칙 플레이’나 ‘난폭한 행위’ 등 퇴장성 반칙 행위에 의한 부상이라면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무릎을 직접 가격하지 않은 스탠딩 태클이었고, 태클 이후 상대 선수가 퇴장당하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만큼의 심한 반칙이나 난폭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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