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킹’의 굴욕 … 올랜도 빅 센터 하워드 벽에 막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심판의 휘슬을 기다리는, 도움을 갈구하는, 길을 잃은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2쿼터 후반 골밑슛을 실패한 르브론 제임스(25·클리블랜드)를 두고 AP 통신은 이렇게 썼다.

제임스가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는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지 못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경기장에 왔다면 그의 현역 시절 등번호인 23번을 달고 ‘제2의 조던’으로 행세하는 제임스를 비웃었을 것이다.

올랜도 매직이 31일(한국시간) 홈에서 벌어진 미국프로농구(NBA) 동부 콘퍼런스 결승 6차전에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103-90으로 꺾었다. 올랜도는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최종 결승에 진출, 5일부터 챔피언 트로피를 놓고 LA 레이커스와 격돌한다.

시리즈 시작 전 분위기는 완전히 클리블랜드 쪽이었다. 클리블랜드는 정규리그에서 66승16패로 NBA 최고 승률을 기록했고 두 번의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도 무패(8승)로 달려 왔다. 제임스는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 모두가 클리블랜드가 이긴다고 예상했다. NBA는 제임스가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해 또 다른 마이클 조던이 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뚜껑을 열어 보니 사정은 완전히 달랐다. 클리블랜드는 올랜도의 수퍼 센터 드와이트 하워드를 막지 못했다. ‘수퍼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하워드는 골밑을 완전히 지배했다. NBA는 제임스가 이기기를 원했다. 제임스가 골밑 쪽으로 돌파하면 심판은 하워드의 파울을 선언했다. 하워드의 파울 중 절반 이상이 제임스에게 한 것이었다고 ESPN은 보도했다. 이 중 상당수가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그런데도 제임스는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제임스는 올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36득점을 했지만 골밑을 지배하지 못하면 우승하지 못한다는 농구의 속설만 입증해 주고 말았다.

과거 조던은 그걸 깼다. 시카고 불스에는 뛰어난 센터가 없었지만 패트릭 유잉(뉴욕)이나 하킴 올라주원(휴스턴) 등 최고 센터를 거느린 팀들을 무너뜨리고 6차례 우승했다. 올랜도 코치를 맡아 하워드를 가르치고 있는 유잉은 제임스의 악전고투를 알 듯 말 듯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제임스는 1쿼터 13득점을 했다. 그러나 2쿼터 무득점이었고 4쿼터도 4득점에 그쳤다. 올랜도 관중은 경기 종료 직전 하워드가 자유투를 던질 때 “MVP”를 환호했다. MVP는 제임스가 아니라 하워드가 받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제임스 25득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했다. 올랜도의 하워드는 40득점, 14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활약했고 라샤드 루이스가 18득점을 보탰다. 올랜도는 ‘공룡 센터’ 섀킬 오닐이 활약하던 1995년 이후 14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