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학년도 수능 제2외국어 선택과목 채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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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괄시받던 제2외국어가 뜨고 있다.200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처음으로 제2외국어가 선택과목으로 채택됨에 따라 고 1.2년생 사이에 제2외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00학년도 수능에서는 독일어Ⅰ.프랑스어Ⅰ.에스파니아어Ⅰ.중국어Ⅰ.러시아어Ⅰ.일본어Ⅰ등 6개 제2외국어 과목이 선택과목 (30문항.40점) 으로 나온다.모든 수험생이 응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원하는 수험생만 6과목중 한 과목을 택해 시험을 치루면 된다.

제2외국어 과목은 수능 총점에는 반영되지 않는다.그러나 많은 대학들이 인문사회계열 또는 최소한 제2외국어 학과에서는 제2외국어 과목 응시자에게 우대점수를 줄 가능성이 높아 고교에서는 제2외국어 학습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연세대 민경찬 (閔庚燦) 입학관리처장은 "제2외국어를 전공하겠다는 학생이 고교에서 관련 어학을 전혀 공부하지 않은채 단순히 수능점수로 따져 제2외국어 학과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 라며 "수능의 제2외국어 과목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이병호 (李丙鎬) 제1교무부처장은 "수능에서 제2외국어 선택과목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제2외국어 특기자 선발을 늘릴 방침" 이라고 밝혔다.교육부는 또 99학년도 대입에서는 대학들이 제2외국어 학과 신입생을 선발할 때 학교생활기록부 제2외국어 성적을 반영토록 적극 권장한 상태다.

이와 함께 대학들도 제2외국어 활성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현재 한국외국어대학이 외국어 경시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가운데 이화여대가 올해 처음 영어.중국어.독어.프랑스어 등 4개 외국어를 대상으로 경시대회를 열기로 했다.

응시대상은 고3 여학생이며 듣기.쓰기시험이 5월16일 실시된다.외국어 영역별 금.은.동상 수상자가 수능계열별 7%이내에 들 경우 이화여대 인문사회계열 모든 학과에 특기자로 입학할 자격이 주어진다.

이처럼 많은 대학들이 국내외 각종 경시대회의 우수입상자를 특기생으로 선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제2외국어에 능통한 고교생의 대입길이 한층 넓어진 셈이다.이에따라 고교 현장에서도 제2외국어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일본어.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는 서울 미림여고의 한 외국어 교사는 "그동안 제2외국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적었으나 올해는 학생들의 학습분위기가 상당히 진지해졌다" 고 말했다.제2외국어를 한 과목만 가르치는 대신 2과목을 개설, 학생의 선택권을 높인 고교도 96년 6백26곳에서 지난해는 7백12곳으로 늘었다.

그러나 제2외국어가 좀더 활성화되기 위해선 정부.대학이 2000학년도 대입에서의 제2외국어 활용방안을 빨리 발표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독일어.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서울 한성여고의 한 교사는 "대입정책이 자주 변경돼 아직도 적지 않은 학생들이 제2외국어의 수능실시 여부를 의심하고 있다" 며 "정부.대학이 가능한 빨리 2000학년도 대입계획을 발표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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