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긍정적 경제 기사 횟수로 경기 진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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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호 26면

봄이면 어김없이 돋아나는 ‘새싹’. 어느 시인은 ‘연두색 배냇 웃음’이라고 표현했다. 새싹은 희망의 동의어다.

돈이 보이는 경제 지표 - 새싹 지수(green shoots index)

경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새싹(green shoots)은 경기 침체기에서 반전을 의미하는 긍정적 사인이다. 새싹이란 말을 경제적 의미로 처음 사용한 사람은 영국 존 메이어 총리 시절 재정부 장관을 지낸 노먼 라몽이다. 그는 1991년 10월 의회에 출석해 영국 경영자연합과 고위관리자협회의 통계 자료를 근거 삼아 “지금 우리는 경기 회복을 목격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감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상승의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언 후 경제 전문가와 언론으로부터 “현실을 모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경제 실책을 이유로 93년 장관직에서 물러날 때 당시 한 이코노미스트는 “라몽 장관의 퇴임 소식이 경제 회복을 의미하는 ‘새싹’”이라고 비꼬았다.

새싹이란 말이 다시 등장한 것은 올 초다. 영국 스라티 바데라 기업경쟁력 장관은 1월 BBC와의 인터뷰에서 “신용 시장에서 경기 회복의 새싹이 목격되고 있다”며 “다만 얼마나 새싹이 자랐는지(회복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는 너무 일러서 정확히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역시 발언 후 비판이 쇄도했다.

영국 유력 경제잡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언론에서 사용하는 긍정적 뉴스의 횟수를 모아 지수를 만들었다. 일명 ‘새싹 지수’다. 뉴욕 타임스·월스트리트 저널·워싱턴 포스트·로이터·타임·가디언·옵서버·데일리 텔레그래프 등을 대상으로 1주일 단위로 조사한다. 최근 몇 달 새 새싹 지수가 크게 높아졌다. 올 초 1주일에 10개 안팎에 불과했던 긍정적 경제 기사, 곧 새싹 기사가 지난달 셋째 주에는 70개 가까이로 늘었다. 새싹 지수와는 반대로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는지를 판단하는 ‘R 지수’도 있다. 침체(recession)라는 단어가 얼마나 자주 기사에 언급됐느냐를 지수화한 것이다.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데 비교적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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