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여과안된 의학기사 범람 국민건강 해칠까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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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언론의 건강정보 제공도 크게 늘고 있다.이런 의료정보는 건강정보 제공의 순기능이 있지만 잘못 보도되면 그 피해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역기능도 있다.

필자는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잘못된 의료정보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된 많은 환자들을 의료현장에서 직접 접하기도 했다.의료정보에 대한 언론의 올바른 보도와 책임있는 보도를 당부하고 싶다.

지난 3월31일 TV 뉴스를 보던 중 침술이 뇌졸중을 치료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가 마련됐다는, 오스트리아의 연구에 대한 특파원 보도를 접하게 됐다.내용은 1백명의 뇌졸중 환자들에게 침술을 시행한 결과 뇌혈류의 증가가 13% 있고 뇌 산소가 0.4% 증가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뇌혈류의 증가는 비단 침술에 의한 자극이 아니라도, 마사지에 의한 자극이나 손가락을 움직이는 동작 또는 계산을 머릿속으로 하거나 섬광을 보는 것 등 뇌의 특정 부위를 활성화시키는 모든 행위들에 의해 가능한 것이며 이는 서울대병원 뇌혈류 초음파 검사실에서도 이미 몇가지 연구가 돼 있다.따라서 마치 침술이 혈류 증가를 일으켜 뇌졸중을 치료하는 원리가 되는 것처럼 전국민이 보는 뉴스시간에 보도된 것은 문제가 있다.

필자는 왜 이러한 확실하지 않은 정보들이 전문가들에 의해 여과되지 않고 보도되는지 궁금하다.최근 일부 유력 일간지들은 의학 전문가들을 기자로 또는 자문위원으로 초빙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신문보다 더 대중 파급효과가 큰 방송국에 그러한 여과장치가 있는지 심히 궁금하다.

만일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그러한 시스템을 만들어 대중들의 의학상식이 정도를 걷고 동시에 의학도 제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길 바란다.아무리 현대의학이 발전됐더라도 완전히 치유될 수 없는 질환들이 있게 마련이고 그러기에 허망한 것에 매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경우 끼어드는 것이 과학적인 근거가 의심스러운 이른바 대체의학이라는 분야다.본인은 이들 대체의학들이나 한의학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오히려 과학적으로 증명돼 의학의 한 분야로 인류복지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다만 이들 대체의학 또는 한의학 중 일부가 과학적인 의학인 것처럼, 혹은 지극히 경험적인 의학인 것처럼 가장하게 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각 분야가 어느 정도의 기복은 있으나 지속적으로 발전돼 왔다.

그러나 유독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의학상식 분야는 오히려 후퇴한 부분이 제법 있다고 판단된다.그 배경에는 언론 매체들의 센세이셔널리즘에의 집착과 일반인들의 미지의 것에 대한 기대감이 합쳐져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고 생각된다.이는 지금이라도 빨리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

노재규<서울대의대교수.신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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