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너무 돈 돈 했다.후회와 자책이 든다” 어느 조문객의 한마디

중앙일보

입력

노무현 전(前) 대통령의 국민장이 치러진 29일.
눈물 속에 오전 5시 노 전 대통령을 떠나보낸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의 조문객들은 20여 시간의 장정 끝에 영결식과 노제 행사를 마치고 수원시 영통구 연화장 승화원을 거쳐 한 줌의 재로 돌아온 노 전 대통령을 눈물로 맞을 준비를 했다.

서울에서 수십만 추모 행렬이 모인 탓에 예상보다 훨씬 늦은 30일 오전 0시가 돼도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운구행렬이었지만 시민들은 너도 나도 손에 국화꽃 한 송이와 노란 풍선을 들고 마을 어귀로 나가 노 전 대통령 유해를 기다렸다.

이번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의 수가 사상 최대 국민장 조문객인 100만 여명을 돌파했다. 전국적으로는 400만이 넘는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국민 10사람 중 1사람은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임기 시절이나 살아 생전 받았던 비판들을 떠올려보면 이토록 많은 인원이 모인 것이 의아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헌정 사상 최초로 투신으로 서거한 대통령, 비주류 출신으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됐던 그이지만 지난 참여정부 시절 그는 80%까지 육박했던 지지율은 임기 말년 10%대까지 떨어졌다.

또 서거 직전까지 그를 괴롭혔던 '도덕성 의혹'과 관련, 그를 끝까지 지지했던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전라북도 익산에서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았다는 50대 시민 박씨의 말을 귀담아 들을만 하다.

박씨는 전국적으로 엄청난 인파가 조문에 참석한 현상을 "일시적인 것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박씨는 이어 "국민들의 잠재적 분노가 분출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지난 5년 내내 서민 대통령이었던 노 전 대통령이 탈권위와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연거푸 좌절하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봐야 했다. 국민들의 분노가 이번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해 분출된 것이다"고 말했다.

또 박씨는 "경제 위주의 논리로 그간 소홀했던 민주적 가치를 이번 일로 인해 다시금 느끼게 된 것이다"며 "노 전 대통령을 지켜드리지 못한 점 죄송스럽다. 또 남겨진 숙제를 반드시 해야한다고 느끼게 됐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그렇게 애를 썼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는데 우리는 너무 돈 돈 했다. 후회와 자책이 든다." [뉴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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