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영웅 대결’ 윤석민, 봉중근 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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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에서 35일 만에 선발로 나와 선발 첫 승리를 거둔 윤석민이 역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의 우완 에이스는 윤석민(23·KIA), 좌완 에이스는 봉중근(29·LG)이었다. 둘은 나란히 2승씩을 거두며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윤석민), 일본과의 결승전 선발(봉중근)도 둘의 몫이었다.

29일 잠실구장. 봉중근과 윤석민은 ‘적’으로 맞섰다. 누구보다 든든한 동료, 그러나 등을 돌린 순간부터는 부담스러운 상대다.

경기 전 윤석민은 “하필이면 선발 복귀 첫날, 중근 형과 만났다”고 걱정했다. 봉중근도 “윤석민은 우리 타자들에게 맡기고, 나는 KIA 타자들을 상대하는 데 집중해야겠다”고 말을 아꼈다.

명불허전. 7회까지 둘은 숨막히는 투수전을 펼쳤다. 초반은 윤석민의 우세였다. 봉중근은 3회 초 1사 후 볼넷과 좌전안타를 내주며 1·2루 위기를 자초했고, 이종범에게 좌월 2루타를 허용하며 2실점했다. 2사 2루에서는 최희섭에게 좌전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윤석민도 3회 말 무사 1·2루,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박용택을 유격수 플라이로 처리한 뒤 이대형을 2루수 앞 병살타로 잡아내며 실점하지 않았다.

경기 중반은 봉중근의 힘이 돋보였다. 그는 4회부터 7회까지 단 한 개의 안타만을 내줬다. 윤석민은 불안불안했다. 4회 페타지니에게 솔로포를 맞았고, 6회 2사 2·3루서 폭투로 추가 실점했다. 그러나 끝내 리드는 지켜냈다.

LG 타선이 추격 기회에서 번번이 범타로 물러나는 사이 봉중근도 지쳤다. 투구 수 100개를 넘긴 8회 초, 안타 4개와 몸맞는볼 한 개를 내주며 강판됐다.

결국 6이닝 7피안타·2실점을 기록한 윤석민이 7과3분의1이닝 8피안타·7실점한 봉중근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윤석민은 시즌 첫 선발승(구원 1승)을 거뒀고, 봉중근은 타선과의 엇박자로 최근 3연패에 빠졌다. KIA는 8회 9점을 뽑으며 12-5로 대승했다.

두산은 대전구장에서 최하위 한화를 3-1로 꺾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히어로즈는 목동 홈 경기에서 롯데를 7-5로 누르고 4연승을 달리며 6위로 뛰어올랐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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