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토지규제 대폭 해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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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전면 해제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경제위기를 탈출하는 한 수단으로 여겨진다.나아가 토지 소유와 거래에 뒤따르는 각종 제한 - 이른바 토지 공개념에 입각한 갖가지 규제를 대폭 정비하겠다는 계획도 땅에 잠긴 휴면 (休眠) 자본을 생산자본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은다.

요즘의 경제위기는 외환위기와 금융경색에서 시작돼 실물경제 위축과 자산 디플레로 진행되는 게 정석이다.가계나 기업의 부동산은 물론 금융기관이 보유한 담보 부동산까지 값이 폭락하는 자산 디플레 단계에 이르면 어떤 위기극복 처방도 진퇴유곡의 지경에 빠지게 된다.

이미 우리 경제도 이 지경에 이른 것 같다.토지와 부동산 값이 지난해말보다 평균 20% 정도 떨어졌는데도 거의 매매가 되지 않고, 토지에 사장 (死藏) 된 약 20조원의 회수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수렁으로부터의 탈출을 더욱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 토지거래 허가제.택지소유 상한제.개발부담금제 등으로 대표되는 공개념 제도들이다.토지거래 허가제는 이미 대부분 지역에서 해제됐고 투기 우려지역 몇군데만 남았다.

이번에 이것이 완전히 철폐되면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가 해제되는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된다.토지 공개념은 투기로 인한 가수요 때문에 땅이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되지 못하는 불균형을 막기 위해 마련된 80년대 입법이다.

그러나 가계와 기업은 물론 금융기관이나 공기업조차 확고하게 믿었던 부동산 불패 (不敗) 의 신화가 깨지고 있는 지금 부동산에 잠긴 자본은 프리미엄은커녕 손해를 보고 빠져나오려고 해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형편이다.따라서 구조조정을 꾀하는 모든 경제 주체에게 이 토지에 관한 규제 완화와 거래 활성화는 꼭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토지 소유와 거래에 심한 제한을 두는 나라는 이번 기회, 즉 투기 소지가 사라진 기회에 토지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투기가 부활할 염려가 있을 경우 다시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지금은 규제를 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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