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끄는 헌재 결정] 지자체 포괄감사 부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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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대해 포괄적으로 감사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8일 행정안전부(옛 행정자치부)가 광역 시·도를 대상으로 포괄적 합동감사를 하는 것에 대해 헌법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지자체의 자치사무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결정했다.

서울시는 2006년 9월 “행정자치부 주관으로 진행 중인 서울시 자치사무에 대한 일반적 감사는 지방자치법 제158조에 위배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치권을 침해한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당시 정부는 15일간 일정으로 서울시에 대해 행자부·건교부·환경부 등이 참여하는 5개 부처 합동감사를 벌였다.

지방자치법은 ‘행정안전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관해 보고를 받거나 서류·장부 또는 회계를 감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감사는 법령위반 사항에 한해 실시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고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는 자치권의 본질적 사항”이라며 “지자체가 자기책임하에 수행하는 자치사무에까지 국가 감독이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면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중앙행정기관이 감독권을 발동하는 경우는 지자체가 구체적으로 법을 위반했을 때로 한정해야 한다”며 “자치사무에 대한 중앙행정기관의 감사권은 대상과 범위가 제한된 감사권”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이성 감사관은 “그동안 명확하지 않았던 점이 정리됐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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