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짐 데이터 교수. [조문규 기자]
-정보화 사회에 이어 다가올 시대는 어떤 모습인가.
“정보화 사회의 뒤를 이어 여러 가지 형태의 사회가 올 수 있다. 그중에서도 단순노동이 줄어드는 대신 늘어나는 여가를 자아실현에 쏟는 ‘꿈의 시대’가 올 것 같다. 가령 과거 미국에 노예제도가 있을 때 한 흑인노예에게 “100~150년쯤 뒤에 태어나는 손자는 밭에서 일하지 않고, 반바지 운동복에 농구 코트에서 하루 종일 농구만 해도 거액의 돈을 벌 수 있을 것”이고 말했다면 그 노예가 믿었을까. 정말 꿈에서나 상상할 이야기지만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나. 불가능한 듯한 꿈이 장래에 이뤄지는 사회가 곧 ‘꿈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시대 구분으론 뭔가 어색한 표현 같다.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 빛의 속도로 사물을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텔레포테이션(Teleportation)’ 기술을 상정한다. 당신은 이런 것이 21세기에 가능하다고 했는데….
“자고로 신기술은 처음 나왔을 때는 기존 것들보다 취약하다. 텔레포테이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앞으로 어떤 속도로 발전할지 상상하기 어렵다. 수십 년 전 컴퓨터가 집채만 했을 때 요즘의 아이폰 같은 작은 기기 속에 그토록 많은 기능이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하기 어려웠다. 기술은 처음에는 느린 속도로 발전하다 어느 순간 비약한다. 그러다 정점에서 쇠퇴하다가 사라진다. 지금까지의 기술 발전 과정을 볼 때 텔레포테이션도 어쩌면 21세기에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물에까지 이런 기술이 적용될 것 같지는 않다.”
-현 경제위기에 관해 다양한 예측이 난무한다.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 위기가 끝나면 경제가 다시 좋아질 거라고 예측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과거 경제는 싼 석유 값과 풍부한 에너지 덕분에 쉽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시대가 다시 오진 않을 것이다. 새로운 성장 시스템과 동력을 찾아야 할 30년을 허송해 버렸다. 한국은 이미 확립된 경제성장 모델을 좇아 상당한 성과를 이룬 나라다. 내 이론이 맞는다면 한국은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지 않는 한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
-한국의 미래 변화는 무엇이 이끌 것으로 보나.
“기술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다. 그건 어느 나라,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다. 전자기술은 과거의 기술이다. 한국이 앞서가려면 새로운 미래 기술을 찾아야 한다. 텔레포테이션이나 생물학, 또는 생물학 기반의 통신기술이 중요하다.”
-미국을 따라 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무슨 연유인가.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기확신이 강하고, 미래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잘 따져보지 않는 편이다. 한국은 미국보다 취약점이 많다. 그런 것이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모색하고 뭔가 새로운 것을 찾게끔 하는 것 같다. 상황 적응력이 뛰어나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박현영 기자
◆짐 데이터 교수=1967년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미래학 강연을 시작한 이후 40년 넘게 미래학을 연구·전파해 왔다. 일찍이 석유시대의 종말, 세계경제의 붕괴, 환경 파괴 문제 등을 강조했다. 70년대 미국 공영방송 PBS의 하와이방송국에서 ‘미래에 채널 고정’이라는 프로를 진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