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위기 재발 막으려면 보유액 3000억 달러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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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외환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외환보유액을 더 많이 쌓는 게 최선책이며, 적정 규모는 3000억 달러 정도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28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 전 국무총리) 주최 ‘취약한 외환관리 시스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세미나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김 원장은 이날 “경상수입액과 유동외채,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액 등을 감안해볼 때 외환보유액은 3000억 달러 정도 돼야 위기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외환보유액이 2000억 달러 정도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 1000억 달러 정도는 더 쌓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어 “향후 글로벌 불균형이 지속돼 금융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환율이 하락하는 지금이 외환보유액을 늘릴 때”라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신제윤 재정경제부 국제업무관리관도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외환보유액을 꾸준히 쌓고 다른 나라들과의 통화 스와프를 확대하는 게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 등 외국인 자금 유출입이 주가와 환율의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자금이동을 직접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일부 전문가들이 제기하고 있는 가변예치의무제·외환집중제 등은 효과를 거두지 못할 뿐 아니라 위기 때 막상 사용할 수도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환율제도를 1990년대까지 사용하던 복수통화바스켓제나 시장평균환율제로 되돌리자는 논의도 적절하지 않다”면서 “이에 따른 자금 유출입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신 차관보도 “고정환율제나 자본이동 제한, 원화 국제화 등은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주장들”이라며 “태국이 지난해 가변예치의무제를 강행했다가 주가가 대폭락하는 등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도 토론에서 “이번에도 10여 년 전에 겪었던 외환위기를 당할 뻔했다”며 “비기축통화를 사용하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이런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책적 대비를 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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