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이없는 훈련장병 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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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훈련 중이던 특전사 장병 7명이 사망.실종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한겨울도 아닌 봄철에 한꺼번에 이처럼 어이없는 참변을 당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밝혀진 내용을 보면 이번 사고는 훈련준비 소홀과 지휘관 판단미숙 등 무리한 훈련이 빚어낸 인재 (人災) 라고밖에 할 수 없다.사고현장은 당시 갑작스런 폭설로 30㎝쯤의 눈이 쌓이고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정도였다고 한다.이같은 기상조건은 한겨울의 혹한기훈련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양호한 상황이기 때문에 특수부대가 훈련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오히려 며칠 따스한 날씨가 계속됐기 때문에 갑작스런 기상이변 등에 대한 대책을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눈비를 계속 맞으며 몇 시간이나 강행군할 경우 체력과 함께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위험한데도 이를 가볍게 여긴 것이 화를 불렀다고 보는 것이다.

또 훈련이 무리하다 싶으면 지휘관 판단으로 과감히 중단해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는 중간지휘관의 유연성이 부족하다.특히 6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것은 구조대책도 미흡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전사는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로 강군 (强軍) 의 상징이다.

평소 특전사장병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고도의 전술과 강인한 체력을 연마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자랑거리다.그러므로 이들이 더 위험하고 극한 상황을 이겨내는 고된 훈련을 받아야 하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럴수록 훈련중 사고 예방과 안전을 위해 이들의 훈련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장병들의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군부대의 대형 안전사고는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림은 물론 국민들의 군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특히 금물이다.

군 당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철저히 규명해 다시는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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