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고구려 유물 역사적 의미]"고구려 공예사 새로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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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구려 금제 장신구 등 유물이 다량으로 공개되자 학계는 '고구려 르네상스' 를 맞은 분위기다.이제까지 고구려 연구는 북한.중국의 고구려 고분벽화에 집중돼 왔고 최근 고분벽화를 둘러싸고 잡음이 일자 중국이 고분 입구를 봉쇄하는 조치까지 취한 상황이다.

아직 고구려의 금.금동제품 등 금속공예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연구가 없었다.고구려의 유물이 드물기도 했지만 벽화의 인기에 밀려 학계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 한꺼번에 다양한 고구려 금제품들이 출현하자 학계는 반가워하면서 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고구려 연구에 대해 '선전을 위한 과대포장' 이라며 무조건 냉소하는 자세를 버리고 1차 사료에 기초를 둔 면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활발한 고구려 연구교류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 금귀걸이 = 모두 19점중 청동에 얇은 금판을 만 형태인 민귀걸이 (지름 2.2㎝) 와 역시 비슷한 굵기에 반원형의 중간장식을 지닌 귀걸이는 고구려 귀걸이중 가장 오래된 형식이다.

고구려 귀걸이의 대표적 형태로 세환형 (細環型) 의 윗장식을 가진 귀걸이 (길이 3.2㎝) 는 모두 4쌍 8점으로 꽃바구니 모양의 화려한 중간장식을 하고 있으며 끝장식은 3잎으로 모양을 내 소리가 나도록 돼 있다.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긴 목처럼 늘어진 모양의 중간고리를 가진 것 (길이 3.9~4.3㎝.3점) .국내에는 없는 것이며 북한과 중국에서도 보기 드문 양식이다.

남포시 강서구역 보림리 대동 제19호 무덤에서 출토된 것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밖에 ▶중간고리 없이 윗장식과 끝장식을 연결시킨 것▶중간장식이 사슬형.원통형인 것▶끝장식 잎이 단엽으로 된 것 등 여러 모양들이 나타나 고구려 귀걸이의 모든 양식을 골고루 보여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길수 고구려연구회장은 "고구려 귀걸이 역사를 한눈으로 보는 느낌" 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 금낚싯바늘 = 순금제 낚싯바늘 4점을 접한 학자들은 "난생 처음 보는 것" 이라며 혀를 내둘렀다.크기도 1.7~2.6㎝로 모두 다르며 바늘 끝이 안팎으로 달린 형태도 달라 볼수록 신비감을 더하는 유물이다.

특히 순금제이면서 바늘의 머리부분에 실구멍이 없이 동그랗게 처리돼 있어 실생활용이 아닌 부장용 (副葬用) 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이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선 "고구려의 어로생활과 부장풍습에 대한 새로운 학설을 펼칠 수 있을 것" 이라는 주장과 "이같은 유물이 출토된 예가 없어 신중한 연구가 필요하다" 는 입장으로 갈리기도 했다.

◇ 금바늘.금실 = 신라 선덕여왕 때 완성된 경주 분황사탑의 복원과정에서 금.은바늘이 1점씩 발견된 예가 있지만 고구려의 금바늘과 금실은 국내에서 처음 나타난 것. 생활용품을 특별 제작해 부장한 것은 고대 고분의 특징이며, 특히 바늘과 실은 '길 (吉)' 을 상징해 이 순금 유물의 출토무덤이 왕이나 수장급의 것이었다는 분석도 가능케 한다.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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