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양사언 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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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를 높다 하더라

- 양사언 시조

하도 유명한 교과서의 시조인지라 굳이 보탤 말이 없다. 작자는 조선 명종 왕대 서예의 대가다.

좀더 강조하자면 안평대군.한석봉 등과 겨루는 조선 초기의 명필이다.그런 명필이 시조 한 수로 명시의 반열까지 올라 있다. 양사언 (楊士彦.1517~1584) 은 본디 귀화 몽골인의 후손인데 금강산을 좋아해 그의 아호가 봉래 (蓬萊) 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시조 속의 태산은 매우 합리적이다.설산이나 곤륜을 함부로 대상으로 삼지 않고 사람이 오르내리기에 알맞은 1천4백50m의 태산을 소재로 삼은 것이다.작자의 의도이든 아니든.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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