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보험금 범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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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0여년전 일본의 한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들의 자살과 관련한 조사통계를 낸 일이 있었다.

이에 따르면 자살자들의 절대다수가 보험가입 후 13개월 만에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가입 후 1년 이내에 자살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대개 자살을 전제로 거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해도 1년을 참지 못하고 자살하는 경우가 보통이고, 1년을 넘기게 되면 죽을 마음이 없어지게 마련이어서 일본의 보험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13개월 만에 자살한 보험가입자들이 혹 범죄에 얽혀있지는 않은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일본은 보험금과 관련한 범죄가 많기로 유명한 나라이며, 실제로 자살을 사고사나 강도살인으로 위장한 사례도 많았다.

중견기업체의 여사장이 사업부진을 비관해 자살하자 그 아들이 강도살인으로 위장했다가 들통난 사건, 실연 (失戀) 을 비관한 딸이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하자 그 부모가 유서를 없애버리고 우연한 중독사로 신고했다가 수사 끝에 덜미를 잡힌 사건 따위가 그것이다.

모두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사건들이다.

뭐니뭐니해도 일본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것은 10여년 전 한가족 네명이 한밤중 벳푸 (別府) 항에 드라이브를 갔다가 해안절벽에 굴러떨어져 남편만 살고 아내와 두 아이는 죽은 사건이었다.

남자는 사고가 나기 얼마전 두 아이가 딸린 여자와 결혼했고, 여자와 아이들은 3억엔에 달하는 보험에 가입하고 있었다.

남자는 계획적인 범행혐의로 기소돼 지방법원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최고법원에 상고했으나 89년 병을 얻어 재판도 받아보지 못하고 죽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험금을 노린 범죄사건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가장 흔한 것이 화재보험에 가입해 놓고 집이나 건물에 고의로 불을 지르는 범죄, 그리고 생명보험에 가입한 가족.친척의 무고한 목숨을 빼앗는 범죄다.

우발적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금을 받아 경제적 불안에서 구제받는 것이 보험제도의 참뜻인데 이들 범죄자는 끊임없이 그 제도상의 허점을 노린다.

특히 경제적으로 불안하고 세상이 어수선할 때는 '이판사판' 의 심정으로 보험금을 노린다.

최근 '보험금 범죄' 의 여러가지 사례들이 잘 말해준다.

더욱 각박해지는 세상살이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우울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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