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 '검은돌풍'…립튼테니스서 힝기스 또 꺾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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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육상.농구.복싱을 점령한 흑인세가 테니스코트에도 불어닥쳤다. 미국의 '흑진주' 비너스 윌리엄스 (17) 는 27일 (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에서 벌어진 립튼챔피언십 테니스대회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인 '알프스 소녀' 마르티나 힝기스 (17)에게 세트스코어 2 - 1로 낙승을 거뒀다.

연습장소를 빌릴 수 없어 로스앤젤레스 슬럼가의 불 꺼진 테니스장에서 동생 세레나를 파트너로 테니스를 익힌 윌리엄스. 국가대표 테니스선수 출신인 어머니로부터 테니스 영재교육을 받으며 귀하게 자란 힝기스와의 이날 경기는 '검은 잡초' 의 인간 승리였다.

윌리엄스는 지난 1월 시드니오픈에서 힝기스를 격파해 파란을 일으킨 이후 이날 또다시 백인의 우상인 힝기스를 꺾음으로써 골프의 타이거 우즈에 이어 그동안 백인들이 휩쓸다시피한 테니스에 검은 돌풍을 일으켰다.

윌리엄스는 첫세트를 6 - 2로 손쉽게 따냈으나 2세트를 5 - 7로 아깝게 내준 뒤 3세트 들어 압도적인 힘을 앞세운 서브와 스트로크로 기교파 힝기스를 6 - 2로 일축했다.

현재 세계랭킹 11위인 윌리엄스는 이번 대회 8강전에서 랭킹2위 린제이 데이븐포트를 격파하고 4강에 진출한 뒤 랭킹1위 힝기스마저 격파, 다음주로 예정된 랭킹 조정에서 처음으로 세계10강에 진출하게 됐다.

윌리엄스는 지난해 2백위권 밖에 머물렀으나 지난 연말 이후 랭킹이 수직상승, 올해 안으로 힝기스를 꺾고 랭킹1위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힝기스는 경기가 끝난 뒤 "세레나 윌리엄스와 8강전을 벌인 뒤 준결승에서 비너스 윌리엄스를 만나 힘에서 밀렸다" 며 체력열세를 시인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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