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무궁화2호는 미아…우주에 3,300억 날린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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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통신이 쏘아올린 2기의 무궁화위성이 내년 8월 발사되는 세번째 위성에 가려 우주공간의 무용지물로 전락할 운명에 처했다.

발사실패로 반쪽위성이 된 1호가 내년 여름 조기 퇴역하고, 2호 위성은 오는 2007년까지 사용토록 돼있는데 3호가 또 올라갈 경우 2호의 모든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3호가 본격 가동되는 내년 11월 이후부터는 2호마저 쓸모없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위성정책 실패로 1, 2호 위성발사에 투자된 3천3백억원을 날리는 셈이다.

정보통신부와 위성전문가들에 따르면 정통부와 한국통신이 갖고 있는 계획은 현재 동경 1백16도에 자리잡고 있는 1, 2호 위성중 1호는 우주공간에 버리고 2호는 새로 올라가는 3호에 자리를 내주고 동경 1백13도로 옮기는 것으로 돼있다.

다시말해 3호로 하여금 2호가 담당할 방송.통신서비스를 대신하고 2호는 새 자리에서 역할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위치를 옮기는 2호에 대한 활용계획이 아직 수립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1호 위성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지난 96년 1월 서둘러 3호 위성의 발사계획을 마련하면서 미처 2호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한 탓이다.

이론상 2호 위성을 방송용으로 계속 활용할 수 있으나 시간적.기술적으로 그렇게 하긴 힘들 것 같다는 지적이다.

위성방송사업자 선정 근거가 될 통합방송법이 오는 6월 임시국회를 통과한다 해도 사업자 선정은 올해말께나 이뤄지고 방송개시 시기도 빨라야 내년 11월이다.

그러나 이 시기는 국내 방송시장 수요를 전부 커버하고도 남는 최대 1백50개의 방송채널을 가진 대용량 3호 위성의 상용서비스가 개시되는 시점과 맞물리기 때문에 12개 방송채널을 가진 2호는 3호에 눌려 사실상 용도가 없어지는 셈이다.

또 기술적으로도 2호와 3호는 겨우 3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지금의 안테나로는 두 위성의 신호를 구별할 수 없어 혼신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2호 위성을 통신전용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이 역시 3호의 압도적인 통신기능을 감안할 때 '버리기 아까워 쓴다' 는 식밖에는 안되는 것이다.

정통부와 한국통신 관계자들은 "2호를 방송용으로 쓰는 것은 이미 물건너 갔고 어떻게든 통신용으로만이라도 써줬으면 좋겠다" 고 털어놨다.

이민호·임승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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