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스타 ⑦ 농구선수 하승진 『오체불만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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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키가 크면 손도 크기 마련. "책 한 권이 손아귀에 쏙 들어가 독서하기가 편리하다”며 쑥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은 하승진 선수. [김민규 기자]

 안녕하세요. 프로농구 전주 KCC 센터 하승진입니다. 키 2m22㎝의 거구인 제가 경기 도중 포효하는 모습만 보셨던 분들은 차분하게 앉아서 책을 읽는 모습이 상상이 안 가시죠. 그런데 저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랍니다. ‘독서광’이라고 하기에는 좀 민망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쉬는 시간마다 짬짬이 독서를 즐겨 하는 편이에요.

제가 큰 감동을 받았던 책 한권을 소개할게요. 삼일상고 1학년 때 읽었던 『오체불만족』입니다. 팔·다리가 없는 장애인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쓴 자전 에세이죠. 당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어서 우연히 읽게 됐어요. 사실 저는 남들에 비해 지나치게 큰 키가 불만이었습니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 때라서 사람들이 저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것도 참 싫었고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 팔·다리가 없는 주인공도 이렇게 긍정적으로 사는데 난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라고 느꼈어요. 오토다케는 이 책에서 자신의 유년 시절부터 현재까지를 담담하게 소개하고 있죠. 억지로 눈물샘을 자극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오토다케 특유의 유머 감각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웃음이 나와요.

오토다케는 중·고등학교 때는 운동부에서도 활약합니다. 그 부분을 읽을 때는 더욱 더 감정을 이입하게 되더라고요. 그는 중학교 때 농구부에 들어갔는데, ‘괴짜’로 소문난 감독은 오토다케를 경기에도 출전시킵니다. 연습을 통해 ‘초저공 드리블’을 했다는 부분에서는 크게 웃었어요. 또 고등학교 때는 미식축구부에서 전력분석원으로 활약합니다. 오토다케와 친구들은 지역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결국 좌절하죠.

그러나 그 과정이 우승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팀을 이뤄서 열심히 운동을 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죠.

요즘도 힘이 들때면 가끔 이 책을 꺼내 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도 수업을 거의 빠지지 않고 열심히 들었어요. 사실 그 이유는 따로 있었는데요. 남녀공학 고등학교였는데, 여학생들이 훨씬 많았거든요. 운동부에서 남학생들만 보다가 여학생들로 꽉 찬 교실에 들어가면 어찌나 신이 나던지. 하하. 그 때 수업을 열심히 들었던 덕분에 책 읽는 걸 더 좋아하게 됐어요.

참, 그런데 저는 책은 절대 빌려 보지 않아요. ‘책은 무조건 사서 읽어야 한다’는 게 제 신조랍니다. 왜냐고요? 내 돈을 내고 책을 사야 책값이 아까워서라도 꼭 마지막 페이지까지 열심히 읽기 때문이죠. 

정리=이은경 기자 , 사진=김민규 기자

◆‘책 읽는 스타’가 책 100권을 선사합니다. 캠페인 전용 사이트(joins.yes24.com)에 사연을 올려주시면 이 중 매주 한 곳을 선정합니다. 이번 주 하승진 선수가 선사하는 책은 주민 자치도서관인 대전시 유성구 대덕테크노밸리 4단지 주민복지시설의 사서 박경희씨에게 전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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