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더 먹을 때마다 10%씩 덜 드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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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건강을 위협하는 건 몸무게 자체가 아니라 지방입니다. 그런데 아시아인은 서구인에 비해 몸무게가 적게 나가도 지방이 많아요. 특히 복부 비만인 사람이 많죠."

한국을 찾은 국제비만학회 아시아-오세아니아 회장 이언 카터슨(59) 박사는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 유전자 때문인 듯하다"고 했다.

"내 경우 체질량지수(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5.6이고 지방이 20%쯤인데 비슷한 체형의 아시아인이라면 지방이 30%는 될 거예요. 따라서 서구에선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일 때 비만이라고 보지만 아시아인은 그 기준을 국가별로 23~25 정도로 낮춰야 할 겁니다."

비만은 고혈압.동맥경화.당뇨.심장질환 등 각종 성인병을 불러일으키는데, 최근 몇 년 새 아시아에서 이들 질병이 크게 증가했다고 카터슨 박사는 전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1970년대 전체 인구의 1~2%에 불과했던 당뇨병 환자가 90년대 들어선 10%로 늘었다는 것이다.

현재 호주 시드니대 인간영양학부 교수인 그는 "비만은 계층별로도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며 "호주만 봐도 교육수준이 높고 돈이 많은 계층은 날씬한 반면 빈민층은 뚱뚱해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구하기 힘든 오지 주민들의 비만이 심각한 상태란다.

카터슨 박사는 비만 해소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심 곳곳에 걷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어린이들에게 적합한 건강 먹거리를 홍보하는 것 등이 그 예.

그는 "개인 차원에선 나이를 열 살 더 먹을 때마다 음식 섭취량을 10% 줄이는 것을 실천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예컨대 50대라면 20대 때보다 30%가량 덜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꾸준히 운동하는 것도 필수다. 그래서 카터슨 박사는 자신도 매일 만보계를 차고 다니며 1만보씩 걷는다고 귀띔했다.

그는 한국애보트(비만치료제 리덕틸의 제조사) 초청으로 방한해 대한비만학회 회원들에게 비만과 당뇨병의 상관관계 등에 대해 강연한 뒤 지난달 30일 출국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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