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해 전안기부장 자해소동 문제점]검찰 감시소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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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권영해 (權寧海) 전안기부장의 할복소동은 수사팀의 지나친 보안의식과 한건주의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사 초기 윤홍준 (尹泓俊.31.구속중) 씨의 자백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어려웠던 이번 수사를 결국 權씨 구속을 앞둔 시점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자부심과 이 사건을 지휘한 김원치 (金源治) 서울지검 남부지청장의 검사장 승진에 이어 수사팀들도 곧 있을 인사에서 수사공로를 인정받아 상당한 배려를 받을 것이란 자만심이 權씨에 대한 감시 소홀로 이어졌을 것이란 게 검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할복에 사용된 커터날은 權씨의 가죽가방 속에 들어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수사팀이 수사에서 가장 기본적인 소지품 검사마저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대검은 금명간 權씨에 대한 조사를 담당했던 서울지검 남부지청 수사진들로부터 경위서를 제출받아 수사팀의 책임여부를 가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검 특수부의 한 검사는 "정보기관 최고책임자였던 權씨를 상대로 과거 안기부의 활동을 캐묻는 이번 수사의 특성을 감안할 때 權씨가 극단적 행동을 할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상했어야 했다" 고 말했다.

결국 사고 직전 화장실에 간 權씨의 동태감시를 직원 1명에게만 맡기고 수사검사들이 모두 자리를 비워 자해할 수 있는 시간.공간적 여유를 제공한 부분이 가장 큰 허점으로 꼽히고 있다.

예영준·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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