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 사업중단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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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로 주춤대던 경부고속철은 탈선하고 말 것인가.

사업성과 기술적인 측면보다 정치성에 치중한 탓인지 90년 기본계획이 발표된 뒤 설계 및 시공과정에서 온갖 잡음을 빚어 온 고속철사업은 지난해 기본계획을 전면 재수정하면서 새 출발을 다짐했었다.

그러나 '사업의 장래성이 없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는 21일의 감사원 특감결과로 다시 사업중단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 감사원 특감 = 고속철사업은 한마디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로 현재로서는 향후 투입될 예산을 추정조차 할 수 없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한승헌 (韓勝憲) 원장서리는 "5조8천억원대의 최초사업비가 97년 17조5천억원으로 수정됐으나 추가사업비 4조5천억원과 채권이자 등을 합할 경우 총사업비는 더 늘어날 것" 이라며 "경제성.채산성이 없고 누증된 부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없다" 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고속철사업이 병든 주요원인은▶계획의 졸속수립과 무모한 추진▶관리능력 및 체계적 공정관리 결여 등으로 이에 따라 사업의 전면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건설교통부 입장 = 건교부 고위관계자는 "사업중단은 엄청난 재원낭비와 외교적 마찰까지 일으킬 수 있다" 면서 "경부고속도로도 초기에는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 고 말한다.

건교부와 공단측은▶서울~대구.서울~대전 구간 건설 및 이남구간 전철화▶대구~부산노선 직선화▶대전.대구역사 지상화 등 논란이 됐던 모든 안을 전면 재검토해 이른 시일안에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 사업현황 = 2월말 현재 고속철에는 2조8천억원 이상의 사업비가 투자됐다.

그러나 올 추경예산에서 대구~부산 구간 사업이 유보돼 이 구간의 당초예산 5천1백97억원중 4분의 1 (24.7%)에 해당하는 1천2백94억원이 삭감되는 등 사업진척이 늦춰지고 있다.

지난달로 예정됐던 대전 이남 3개 공구 입찰도 유보됐고 9천5백억원대의 올 채권발행 계획도 공중에 떠버린 상태. 심지어 17조원대의 총투자비 규모도 부처간 혼선으로 확정되지 않아 2005년 개통을 목표로 한 사업추진 전단계가 모두 헝클어져 있다.

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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