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편의점도 '가격파괴'…"할인점에 빼앗긴 고객 발길 되돌리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 이후 백화점업계를 휩쓴 '가격파괴' 의 여파가 슈퍼마켓과 편의점 업계로 번지고 있다.

특히 생식품 등을 놓고 할인점과 신경전을 벌여온 슈퍼업계는 3월 들어 할인점과의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해태수퍼마켓' 70개 점포를 운영 중인 해태유통은 19일 '깜짝 발표' 를 했다.

생식품.생활용품 등 2백여 품목을 이날부터 반경 1~4㎞ 상권 내에서 슈퍼는 물론, 재래시장과 농.수.축협.할인점 등 어떤 곳보다 싸게 팔겠다는 '상권내 최저가' 를 선언했다.

국내 초유의 '전방위 (全方位)가격 대응 체제' 를 가동한 것이다. 해태는 이를 위해 각 점포 점장에게 경쟁업체보다 가격이 높을 경우 생식품은 그 즉시, 공산품은 3일 내로 값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에 앞서 LG수퍼는 지난 1일부터 화장지.바나나우유 등 1백40개 생필품 가격을 할인점 수준으로 내리는 한편 그동안 슈퍼에서 취급하지 않던 묶음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LG수퍼는 또 연말까지 추가로 전체 공산품의 가격을 내릴 계획이다.

50개 슈퍼 체인점을 갖고 있는 한화스토아도 매월 인기 상품 10여 개를 선정해 초저가에 파는 월별 전략상품을 대폭 늘릴 방침이다.

농심가는 지난 10일부터 공산품 등 55개 품목의 가격을 최고 20%까지 내렸다.

편의점업계의 할인점 '닮아가기' 도 가속화하고 있다.

코오롱유통의 로손은 슈퍼와 할인점의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7일부터 라면.식용유 등 14개 생필품을 할인점 수준으로 내렸다.

로손은 이를 위해 서울 오금동지점 등 70개 점포에는 할인 상품만을 따로 모아 파는 판매대를 매장 앞에 '전진 배치' 했다.

보광훼미리마트도 4백80개 전 점포에서 '실속 초저가 상시 할인판매행사' 를 28일부터 실시한다.

할인 판매상품은 생수.콜라.만두 등 할인점에서 잘 팔리는 것들이며 할인점과 같은 가격으로 판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일부 업체의 경우 현금 확보를 위해 제조업체의 동의없이 무리하게 가격을 내리고 있어 이같은 가격 인하전이 업체간 출혈 경쟁으로 비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