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독일 바스프 한국기업 '사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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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바스프 (BASF) 는 어떤 회사인가.

또 그들의 대한 (對韓) 진출 전략은 무엇인가.

독일 바스프사의 공격적인 국내기업 매수가 업계에서 화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4백88억마르크 (약 40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화학기업. 이곳은 지난해 12말에 이어 이달 들어서만도 2개의 내로라하는 국내기업을 잇따라 인수했다.

그것도 알짜배기 회사로. 매입 규모는 최소한 수백억원이고, 많게는 1조원 가까이 된다.

이런 인수는 대다수 다른 외국 기업들이 아직 입질만 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 더욱 이채롭다.

바스프는 지난해말 한화로부터 합작사인 한화바스프우레탄 지분 50%를 무려 1천2백억원에 인수했다.

한화바스프우레탄은 육상트랙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폴리우레탄의 원료인 MDI를 만드는 회사. 평균 매출이 1천억원에 육박하며 순이익도 90억원 내외다.

이어 이달 9일에는 역시 합작 파트너인 효성그룹으로부터 효성바스프 지분 50%를 6백40억원에 사들였다.

하이라이트는 18일 발표한 대상의 라이신사업 사업부문 매입. 매입가는 6억달러. 현재 환율로 따지면 약 9천억원으로, IMF체제 이후 국내 최대규모다.

이런 행보의 배경을 바스프코리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하나는 "회사 주력업종에 도움이 되는 것은 반드시 사들인다는 전략의 하나며 이번 한국기업 인수는 IMF 상황이 아니었어도 이뤄졌을 것" 이라는 것. 바스프코리아 아드리안 폰 멩거슨 사장은 또 "이런 투자는 우리가 한국시장을 밝게 보고 있다는 증거며 IMF이후 기업 인수.합병 (M&A) 을 위한 여건이 성숙됨에 따라 투자 무게를 중국에서 한국으로 옮기고 있는 추세" 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바스프의 한국시장 공략은 아시아에서 화학수지 제품 수요가 늘고 있는데도 이유가 있을 것으로 풀이한다.

사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바스프의 한국 진출은 역사가 깊다.

이 회사가 국내에 첫 진출한 것은 지난 48년, 정부수립 당시였다.

줄곧 연락사무소 형태로 명맥만 유지하다가 지난 80년 효성과 합작법인인 효성바스프를 설립하며 한국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82년에는 독자적인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88년에는 다시 한화와 50대50으로 또다른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바스프사는 다른 나라에서도 대규모 M&A로 유명하다.

화학산업 특성상 진작부터 생산의 수직계열화를 구축해 왔으며, 본사가 있는 독일 헤센주 루드빅스하펜에는 직경 7㎞의 부지에 무려 3백개의 계열화공장이 한곳에 몰려 있다.

해외진출 전략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현재 이 회사는 세계 1백70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관련기업에 대한 과감한 M&A를 진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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