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권오길 교수 과학에세이 '바다를 건너는 달팽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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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강원대 권오길 (58.생물학) 교수는 "원숭이도 읽어서 이해가 되는 쉬운 문장과 내용으로 글을 쓰겠다" 는 생각으로 과학의 대중화에 전념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94년부터 매년 평균 1권씩 과학에세이를 써내고 있다.

그의 신작 '바다를 건너는 달팽이' 도 이 같은 모토의 또 다른 결실이다 (지성사刊) .절대 과분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 알맞게 살아가는 생물들의 지혜를 풍부하게 보여준다.

"불가사리는 1개월 된 새끼 놈이 일주일에 조개 쉰 마리를 잡아먹는다고 하니 목장에 침입하는 들개요, 닭장을 넘나드는 족제비만큼이나 사람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놈임에 틀림없다" 처럼 구성진 문체가 장점이다.

이번 책의 부제는 '생물의 살린살이' . '죽지 말고 살자' '죽이지 말고 살리자' 는 뜻의 조어다.

삶과 죽음을 뜻하는 '생물의 죽살이' (95년) 와 '다 같이 살자' 는 의미의 '생물의 다살이' (96년)에 이어 강자와 약자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생태계를 유지해 가는 생물의 신비를 벗겨낸다.

자연계는 적자생존의 밀림법칙만이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 제목의 '바다를 건너는 달팽이' 도 굼뜨게 기어가는 달팽이가 꾸준히 노력하면 바다를 건널 수 있듯 '세상만사에는 불가능은 없다' 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해삼의 항문에 들어가 큰 고기들의 공격에서 생명을 보존하는 숨이고기와 숨이고기의 들락날락으로 깨끗한 물과 공기를 공급받는 해삼의 공생관계, 20만 마리의 쥐를 죽일 수 있는 독을 품고 있으면서도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절대로 공격하는 일이 없는 살모사, 세균.곰팡이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지만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이로운 화학물질을 분비하는 마늘.양파 등 여러 동식물들의 독특한 생존전략이 줄줄이 펼쳐진다.

권교수는 "어줍잖은 우리 인간들이 모두 잘나서 맞서 겨룸과 다툼만 알았지 비켜 숙임과 베풂을 모르고 산다" 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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