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에 날린 정치]공수바뀐 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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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대철 국민회의부총재가 터뜨린 '해외공작원 정보보고' 문건은 되레 여권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사건 사실관계에서도 여권이 옹색한 처지가 됐고 정국운영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초반 움찔했던 한나라당이 역공을 취하는 가운데, 여권이 우왕좌왕하는 형편이다.

○…국민회의는 '이대성 문건' 이 공개되면서 주춤하고 있다.

얼마전의 기세는 찾기 어렵다.

겉으로는 "가치없는 문건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 말한다.

정대철 부총재에 대한 원망과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조세형 (趙世衡) 총재대행이 주재한 19일 간부회의는 "북풍공작의 실체 파악은 수사당국에 맡기고 당은 추경예산 심의 등 민생현안에 주력한다" 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이달초 시작된 안기부의 북풍조작사건 수사로 구 (舊) 정권의 비도덕성을 충분히 부각시켰다고 생각하는 국민회의다.

○…한나라당은 북풍관련 국회정보위를 계기로 공세로 전환, 고삐를 세게 당기고 있다.

당은 사건초기엔 당소속 정재문 (鄭在文) 의원의 '3백60만달러' 설만 불거졌는데 鄭의원은 오히려 무혐의쪽으로 굳어지고 적잖은 여당의원들이 대선 때 북한측과 접촉한 설 (說) 이나 혐의가 문건에서 새로이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맹형규대변인은 "여당은 야당파괴를 위해 여론조작을 시도하다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자 문제확산의 차단에 급급하고 있다" 고 비난했다.

당지도부와 '북풍 및 언론조작 진상조사위' , 초.재선중엔 대여 (對與) 정면돌파론이 우세하다.

그런 가운데 국회정보위원 12명중 당소속 위원 7명에 대해 "너무 유화적" "전의 (戰意)가 부족하다" 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신당이 북풍수사에 대해 다시 공세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국민신당 김충근 (金忠根) 대변인은 19일 " '북풍공작 사건' 은 지난 대선 당시 특정후보가 안기부를 활용, 북한과 손잡고 북풍을 조작해 대통령에 당선되려 한 것" 이라고 규정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적과의 동침을 지나 돈거래까지 한 체제반역적 사건이 여야간에 뱃속이 맞다고 어떻게 어물쩍 넘길 수 있겠는가" 라며 여권과 한나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김대중대통령에 대해서도 "문건에 '현 여권이 대선당시 북한에 연방제 수용.원조제공' 등의 말이 나오자 DJ가 오히려 발목이 잡혀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다" 고 쏘아붙였다.

김석현·김진·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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