볏짚·흙벽 바깥 열기 막아주고 건조할 땐 습기 발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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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와 지붕의 면적은 건물 바닥 면적의 1.5~1.7배다. 지붕이 경사진 데다 벽체 밖으로 처마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옥이 양옥보다 웅장하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통 한옥은 온돌과 마루를 갖추고 있다. 아궁이에 불을 때면 가마솥이 데워지고 불길이 고래를 타고 구들장을 덥힌다. 온돌방은 아궁이와 가까운 아랫목은 따뜻하고 윗목은 상대적으로 차다.

발은 따뜻하게, 머리는 차게 유지할 수 있어 몸에 좋다. 또 구들 구조가 그을음을 잡아 떨어뜨려 굴뚝으로는 맑은 연기만 배출한다. 이 연기는 여름철 모기 등 해충을 쫓는다. 한옥 예찬론자들은 변변한 의료기관이 없던 시절에 건강하게 살 수 있었던 것도 아궁이(사진下), 온돌, 굴뚝의 연기 덕분이라고 말한다.

예부터 뒤에서 산이 막아 주고 앞으로는 물이 흐르거나 들판이 펼쳐지는 곳을 이상적인 집터로 생각했다. 조상들은 산 중턱에 주로 남~동 방향으로 집을 지었다. 앞뒤가 트인 대청마루를 두면 뒤편 산에서 나오는 찬 공기가 뙤약볕으로 더워진 마당 쪽으로 흐르면서 시원한 바람을 만든다. 자연 바람이 생성되는 것이다.

흙벽은 바깥의 열기를 막아 주며, 날씨가 추울 때는 반대로 온기를 발산시킨다. 집안 습도가 높을 때는 흙이 습기를 먹고, 건조할 때는 습기를 내 조절한다. 또 음식 냄새나 담배 냄새 등을 흡수한다.

요즘은 한옥이라고 하면 목구조 기와집을 뜻하지만, 옛날 서민들에게 한옥은 초가였다. 주로 볏짚으로 지붕을 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새마을운동 때 초가(사진上)가 헐리고 지붕이 슬레이트 등으로 바뀌었다.

볏짚은 겉이 매끄러워 빗물이 잘 흘러내려 두껍게 덮지 않아도 물이 스며들지 않는다. 또 속이 비어 있어서 그 안의 공기가 여름에는 햇볕의 뜨거움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집 안 온기가 밖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막아 준다.

그러나 한두 해에 한 번씩 볏짚을 다시 이어야 하는 데다 벌레가 생기고 화재에 매우 취약한 약점이 있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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