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에 날린 정치]권영해 전안기부장 사법처리 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안기부 전직 수뇌부에 대한 본격적인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

이병기 (李丙琪) 전2차장이 18일 밤 밤샘 조사를 받은데 이어 박일룡 (朴一龍) 전1차장 등 수뇌부도 이번주중 줄줄이 검찰에 소환될 운명이다.

사태가 확산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안기부측은 북풍공작건에 대한 자체 조사를 사실상 매듭지었으며 조사결과를 검찰에 이미 통보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李전차장의 전격 소환조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청와대 등 여권 핵심부는 "권영해 전안기부장을 비롯한 李전2.朴전1차장 등 전직 수뇌부 개입여부에 대한 사실확인 작업은 끝났다" 고 전하고 있다.

검찰의 소환조사는 사건 마무리를 위한 수순이라는 얘기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이제부터 (사법절차가) 시작" 이라면서 "지난주초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20여명은 전원 소환될 것" 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1급이상 고위직중 3분의2에 해당하는 숫자로 해외분야 등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이 일단은 사법처리 대상에 올라 있는 셈이다.

여권은 또 공개리에 소환하는 방식을 피해 조용히 처리하되 사법처리 여부는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일괄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여권 핵심부가 " '검찰소환 = 구속' 이라는 과거 방식이 이번엔 반드시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는 점을 강조하는 점이다.

김대중대통령이 언급한 "국민과 상의후 처리" 라는 뜻은 여론의 추이를 봐가며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처리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중요한 사건을 '여론' 이라는 무정형의 잣대에 맡기려드는 게 이상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소환대상자 전원을 사법처리하는데 따른 부담을 의식하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혐의가 명백히 드러난 李전2.朴전1차장을 비롯, 핵심 고위직 등 상당수가 사법처리 불가피성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초미의 관심사는 權전부장의 처리여부로 모이고 있다.

여권은 당초 국가정보기관의 장 (長) 으로서 예우를 갖춰 소환형식은 배제하고 자진출두, 서면조사, 제3의 장소에서 조사 등의 방식을 취해 조사는 벌이되 사법처리 대상에선 제외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불거져 나온 북풍문건의 배경이 의심스런데다 權전부장이 '흑금성' 배후로 지목되는 등 비난의 표적으로 떠오르자 '소환조사 불가피'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그래서 청와대 등 여권은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다음주초로 예정된 權전부장의 조사를 지켜보고 있다.

문일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