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 파문 해외시각]국익걸린 자료유출 충격…언론 보도경쟁 이해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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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안기부의 북풍 (北風) 공작파문을 바라보는 외국의 시각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국익을 위해 최대한 비밀보장을 받아야 할 정보기관의 자료가 유출되고 언론에 연일 보도되는 현실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언론들도 이 때문인지 북풍사건은 사실보도 이외에 어떤 분석기사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 (全人大)가 계속되는 동안 외국기자들이 한국에 대해 갖는 최고 관심은 안기부의 북풍파장이었다.

비밀을 최대한 보장받아야 할 정보조직의 커넥션을 마구 파헤치는 한국 언론이 용감하다고 말하며 조소하기도 했다.

중국 인민일보 (人民日報) 의 한 기자는 19일 "한국정부의 금융정책을 투명히 밝히라는 게 외국의 주문인데 요즘 한국은 안기부를 투명하게 만드는 일에 더 열중하느냐" 고 꼬집을 정도였다.

그는 "중국언론은 국가안전부의 일이라면 국익을 위해 일부러 모른체 한다" 면서 "심지어 국가안전부의 관계자 이름을 인명록에서 뺄 정도" 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주한 (駐韓) 미대사관의 한 외교관은 "이러한 공작이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며 "사태해결의 절차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 (내각 조사실)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일본의 경우 이같은 문건이 유출된 적이 없으며 이번 사건은 일본과 관계가 없는 만큼 향후 협력관계에 문제될 것은 없을 것" 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뒤집어보면 일본과 관계있는 내용이 있을 경우 한국정보기관에 대한 불신과 협력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다는 말이다.

도쿄 (東京)에 근무하는 우리 정보관계자도 "일본이 표면적으로는 협력관계에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정보기관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고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주재하는 한 일본 특파원은 "정보기관의 극비문건이 정치적 '게임' 의 자료가 됐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며 "일본의 정보기관도 미국으로부터 결정이 느리다는 등의 비판을 받고있긴 하지만 이번 일로 한국의 정보기관은 외국으로부터의 신뢰를 크게 잃게 됐다" 고 분석했다.

정리 =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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