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빈 미국 주정부들 때아닌 물물교환 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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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 오대호의 하나인 슈피리어호를 접하고 있는 미네소타주와 위스콘신주 주민들은 송어 양식으로 적지 않은 돈을 번다. 미네소타는 새끼 송어 양식을 잘 하고, 위스콘신은 갓 부화한 치어 양식에 강점이 있다. 각자 송어 양식을 하던 두 주는 최근 비용을 줄이려고 물물교환을 하기로 했다. 미네소타가 위스콘신에 새끼 송어 4만 마리를 주는 대신 치어 40만 마리를 받기로 한 것이다. 이로 인해 미네소타는 연 2만 달러(약 2500만원), 위스콘신은 1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 미네소타는 송어 치어 양식장을 건설할 경우 들어가는 비용(100만 달러 이상)도 줄일 수 있게 됐다.

미네소타·위스콘신은 양식용 송어 물물교환뿐 아니라 다양한 물품과 서비스를 공유해 주 재정을 절약하고 있다. 두 주의 총탄 구매를 일원화해 규모의 경제로 더 싼 값에 총탄을 사들이고 있다. 또 교량을 검사하는 트럭이나 수화 통역자 등도 공유해 비용을 줄였다. 두 주는 물물교환과 시설 공유 등으로 앞으로 2년간 2000만 달러를 절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하는 당이 다르고 미식 축구 라이벌인 두 주가 비용절감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경제위기로 심각해진 재정난 때문이다. 제임스 도일리 위스콘신 주지사는 “치어 물물교환 등에 대해 두 주 간 대화가 오갔지만 경제 위기가 심해지면서 협력의 필요성이 점차 강조됐다”고 말했다.

미네소타·위스콘신 외에도 미국의 9개 주와 수십 개의 시·군 자치단체들이 이러한 비용 절감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뉴저지주의 에섹스 카운티는 최근 교도소에 인근 파사익 카운티의 재소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에섹스 카운티는 대가로 236만 달러를 받고 파사익 카운티는 감옥을 없애 연간 1000만 달러를 절약할 것으로 보인다. 미시간주도 10개의 교도소를 폐쇄하고 재소자들을 다른 주로 보내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웨스트 알렉산더 지역은 인근 다네갈 마을로 행정구역을 편입했다. 행정 처리에 드는 비용을 더 이상 부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랭크 플레이크모어 시장은 “시민들이 편입 정책에 찬성하는 투표를 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주 사이에 농수산물을 직접 맞바꾸는 등 물물교환이 늘어날 경우 새로운 종을 안정성 없이 다른 지역으로 퍼뜨리고 풍토병을 전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냉동시설이나 검역시설 등을 보강하면서 지출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네소타주 어업 담당 공무원인 제이슨 모에클은 “물고기 치어를 운송하는 데 많은 기름을 써 비용 절감 효과가 의심스럽다” 고 토로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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