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친정 해태 울린 삼성의 서정환 감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 것 아니오. 홈런왕에 올라본 사람이 다시 홈런왕을 차지하고 수위타자를 경험한 선수가 수위타자가 되는 것이 야구지요. " 17일 삼성과의 연습경기 직전 해태 김응용 감독은 "삼성 서정환 감독이 상대하기 껄끄럽지 않느냐" 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삼성 서정환 감독은 "야구는 똑같은 것" 이라며 말을 아끼는 대신 선발오더를 내밀었다.

톱타자에 이순철, 주전포수 겸 8번타자에 정회열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해태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들을 해태 격퇴의 선봉장으로 내세운 셈이었다.

동시에 해태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압박감을 주기 위한 카드였다.

83년부터 89년까지는 선수로, 90년부터 95년까지는 코치로 해태에 몸담았던 신임 서감독에게 해태는 '우승으로 가는 길' 에 있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비록 연습경기지만 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서감독의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따라서 경기는 팽팽했다.

0의 행진이 계속되다 8회초 '전천후 반짝이' 양용모가 중전안타로 찬스를 잡자 서감독은 신인 강동우를 대타로 기용했다.

강은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2루타를 뽑아내 선취점을 올렸다.

9회초 타선의 폭발로 3점을 추가했는데도 서감독은 아껴두었던 용병 호세 파라까지 마운드에 올려 4 - 0 완봉승을 거두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인사차 김감독에게 들른 서감독에겐 여유가 있었다.

서감독이 돌아간 뒤 김감독은 코치들을 불러모았다.

김감독이 평소처럼 아무런 말없이 무뚝뚝한 표정만 짓자 분위기를 파악한 코치와 선수들이 다시 훈련을 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섰다.

광주 = 김현승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