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이다.
흔한 말로 '군인간다' .면회를 다녀온 누나가 PC통신에 글을 올린다.
"면회실 겸 PX상점에 삼삼오오 둘러앉은 어린 군인들. 끓는 물이 없어 컵라면에 찬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넣어 오랜 시간 돌렸다.
행여 용기성분이 라면에 녹아들지 않았을까. 눈시울이 젖었다. "
반박하는 글이 뜬다.
"그런 생활 현역이면 다 한다.
덜 익은 라면? 그럼 군대를 보내면서 뭘 바랬나. 고깃국에 맛있는 반찬…?" 며칠 후 익명의 현역군인이 다시 전하는 사연. "한달에 4봉지 나오던 건빵이 2봉지. 우유도 반으로 줄어 이틀에 하나. 내무반은 춥고 온수공급도 하루 단 1시간…. 군대도 한파다. "
세상 어디에도 아늑한 도피처는 없다.
젊은이들은 왜 달아나는가.
병영이 대안이 돼버린 현실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언땅에 머리를 박고 들어보라. 대척점 (對蹠點) 으로부터 전해오는 마그마 같은 희망의 소리를.
그림 = 최재은〈명지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글 = 허의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