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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홍콩은 외환위기 비켜갈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홍콩은 아시아 금융위기로부터 안전한가.

홍콩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같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낙관론자들은 홍콩의 금융시스템이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매우 건전해 어지간해선 금융위기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홍콩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심각하다.

최근 5개월간 홍콩의 주택가격은 지난해 최고치에 비해 30% 이상 하락했다.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미 달러에 연동돼 있는 홍콩달러화의 페그제를 유지하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쓰고 있어 당분간 부동산 가격은 하락세를 탈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문에 홍콩 행정을 책임진 둥젠화는 거듭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 말한다.

홍콩 금융기관들은 생각보다 건실하다.

금융당국은 금융기관 감독.통제를 잘해 왔고 민간 금융기관들의 경영도 투명한 편이다.

민간 금융기관들의 경우 부동산 관련 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4%로 꽤 높지만, 부동산 관련 대출중 53%는 주거용 주택과 관련된 대출이라 안정적인 편이다.

이 때문에 관계자들은 만약 홍콩의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금융시스템은 정상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위기 조짐이 나타나면 중소형 은행중 일부는 합병을 통해 체질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 상하이 은행과 같은 거대 은행들은 자력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대다수의 은행들은 과거 호황기에 벌어놓은 돈이 많아 자본력이 좋은 편이다.

물론 우려되는 요인도 적지 않다.

특히 실업률은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는 바람에 지난해 평균 2.5%에서 올 연말 3.3%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관광 및 소비가 줄면서 문을 닫는 음식점.쇼핑센터 등도 늘고 있다.

홍콩 최대의 주택 개발업체인 선흥카이 부동산은 지난 1월 여러가지 사업을 중단하고 약 2백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중형 은행인 퍼스트 퍼시픽 은행도 최근 7백명의 직원중 6%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금리 상승 움직임도 문제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금리가 뛰면서 홍콩의 부동산.주식 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메릴린치의 한 분석가는 연 11.5~12% 수준인 주택관련 대출금리가 14%선까지 오르면 은행 대출을 받은 대다수 시민들의 생활이 크게 압박받고, 금융위기 조짐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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