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전 예약 많으면 계약률 올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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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부동산개발업체인 ㈜더피앤디는 지난 5월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서 1900여가구(실)의 주상복합단지 위브더스테이트를 분양하기 전에 사전 예약자를 무려 4000명이나 확보했다. 사전예약이란 미분양이나 미계약이 생겼을 때 계약 우선권을 받는 것으로, 보통 100만원 정도의 예약금을 걸어놓는다.

위브더스테이트는 순위 내에서 계약이 이뤄져 사전예약자가 챙길 몫이 없어졌지만 회사로서는 분양에서 일종의 안전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걱정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분양 경기가 저조해 미분양이 속출하는 요즘 이처럼 '사전예약'이 분양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분양이 잘 되던 2002년까지만 해도 초기에 70~80% 정도의 계약자를 확보하고 나머지를 사전예약자로 메우는 정도였으나 이제는 사전예약자가 전체 계약률의 절반 이상 차지하는 곳도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 비인기지역이나 지방에서 벌이는 주택사업에서 마케팅업체들은 정작 순위 내 청약보다는 사전 판매(Pre-Marketing)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지난달 말 부산시 망미동에서 내놓은 862가구의 경우 순위 내 청약자의 계약률이 15%에 불과했다. 하지만 분양을 맡은 신아개발은 사전 마케팅을 통해 확보한 고객으로 계약률을 현재 68%로 끌어올렸다. 신아개발 하인회 사장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기 이전에는 가수요가 많아 분위기만 끌어올리면 됐지만 이제는 철저히 실수요자를 찾아다니며 사전에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현대건설이 원주시 개운동에서 분양한 홈타운스위트는 초기계약률이 10%에 불과했다. 두 달간 예약자들을 대상으로 계약을 받아 50%를 넘겼다. 분양대행사인 ㈜더感 이기성 사장은"실수요 시장이 정착된 이후 사전 판촉은 사업 성패를 가르게 마련"이라며 "모델하우스 방문객과 청약자만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다가는 사업부진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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