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팝업] 영화 환불 신청 없어 되레 섭섭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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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15일 일부 무가지에 별난 광고가 실렸다. “영화 관람 후 작품이 기대 이하라고 판단하신 분은 작품평과 함께 티켓을 보내면 관람료 전액을 환불하겠다”는 내용.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의 첫 일본 진출작 ‘싸이보그 그녀’의 광고였다. ‘엽기적인 그녀’의 일본·SF 버전으로, 100억원의 제작비 전액을 일본이 대고 일본 배우가 주연한 영화다. 우편 주소까지 상세히 적혔다.

발단은 곽 감독이 ‘싸이보그 그녀’의 국내 개봉에 고충을 토로하면서다. 14일 스크린 수 107개로 개봉한 영화는 조조 내지 교차로 편성돼 하루 2~3차례 상영에 그쳤다. 곽 감독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대기업 투자·수입 영화가 스크린을 과점하고 있다”고 성토하며 “관객이 판정해줬으면 좋겠다. 사비를 털어서라도 환불하겠다”고 선언했다.

22일까지 2만여명이 관람한 결과 접수된 환불 신청은 0건. 홍보사 ‘영화공간’의 김종근 대표는 “적은 관객이나마 불만 없이 봤다는 걸로 위로 삼아야 할지, ‘환불 광고’조차 주목 받지 못한 현실에 씁쓸해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일본 개봉 때 70만명이 관람하고 DVD도 15만여장 팔린 것과 비교하면 낙심할 만한 결과다. 게다가 개봉 2주차 스크린 수는 30여개로 더 쪼그라들었다.

반면 주요 P2P 사이트와 인터넷 동호회 등에서 ‘싸이보그 그녀’는 공유 순위 10위로 ‘각광받는’ 중이다. ‘일본판과 한국판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는 반응이 포털 게시판 등을 통해 돌면서 네티즌이 불법다운로드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종근 대표는 “한·일 정서를 감안해 한국판을 별도로 편집한 곽 감독의 수고가 무색할 정도”라며 “환불 신청을 하지 않은 관객분들께 입소문을 부탁드릴 뿐”이라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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