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16, 양력잃고 뒤집혀 해상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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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1일 충남 태안반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공군 KF-16 전투기 추락사고는 항공기를 공중으로 띄우는 힘인 ‘양력’이 사라진 상태에서 조종사가 즉각 대처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군은 22일 추락 전투기 KF-16은 “급격한 공중전투 기동시 발생할 수 있는 항공기의 ‘실속’(양력 상실)에 대비한 훈련을 하다가 실속 직전에 기체 회복 조작이 늦어져 배면(뒤집힌) 상태로 실속, 조종불능 상황에 진입하면서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공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투기의 양력 상실에 대처하는 훈련을 위해 당시 저속으로 기체를 상승하며 양력 상실 직전 상태에 돌입했으나 정상비행으로 회복하는 시기가 늦어져 5700m 상공에서 뒤집힌 채 낙하, 2분28초 만에 바다에 추락했다는 것이다.

양력 상실로 전투기가 뒤집힌 채 해상에 추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전방석 조종사 곽모 대위는 조종간을 당겨 저속으로 상승 기동을 했고 잠시 후 조종석에서 저속 경고음이 작동했지만 다양한 비행조작에 몰두한 나머지 즉각적인 회복 조작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 관계자는 “전방석 조종사는 저속 경보음을 들었을 때 1~2초 만에 기수를 낮춰 속력을 높여 회복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전방석 조종사는 경고음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위험을 인지한 후방석 조종사인 손모 중령(진급예정ㆍ교관)은 저속 경고음이 울린 지 5초 만에 조종간을 넘겨받아 회복조작을 하려고 했으나 이미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 상태여서 기체가 뒤집힌 채 양력 상실에 빠졌다.

뒤집힌 전투기는 조종불능 상태로 낙하하다 바다 위로 떨어졌고 조종사 2명은 1740m 상공에서 비상탈출해 간신히 목숨을 구했다.
전투기는 꼬리 날개와 기체 앞부분이 약간 파손된 것 외에는 동체나 양 날개는 비교적 양호했지만 비행은 불가능한 상태다.

공군 관계자는 “기체를 조사한 결과 정상적으로 정비가 이뤄졌고 사고 당시 기체 결함은 없었다”고 말했다.

공군은 이번 사고의 책임을 물어 해당 비행단의 단장과 항공작전대대장, 비행대대장, 조종사 등 5명을 문책 위원회에 회부했다.

항공기가 속도가 떨어질 때를 대비해 실시하는 회복훈련은 항공기의 최대 성능기동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1년에 1~2차례 실시된다. 곽모 대위와 손모 중령(진급예정)은 각각 10회, 20회가량의 실속훈련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관계자는“전시에 적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급격한 기동 등 각종 훈련을 실시하는데 가장 위험한 상태를 스스로 만들어 회피 훈련을 한다”면서 “이 훈련 때도 추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노련한 기체 조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군은 모든 조종사를 대상으로 사고발생 과정과 원인, 실속 진입시 조치절차에 대한 특별 비행안전 교육을 실시했으며 지상 시뮬레이터 성능을 개선하는 한편 미국 공군에서 운영하는 실속회복 훈련 과정에 입교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군은 사고 직후 김용홍 참모차장을 본부장으로 비행사고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비행, 정비분야 전문 조사 요원 등 12명으로 사고조사단을 구성해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기체 잔해와 비행기록 장치(블랙박스), 중앙방공통제소(MCRC) 항적자료 등을 조사해 사고원인을 밝혀냈다.

디지털뉴스룸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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