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화대전'개최 해림통상 허해철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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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진시황 동마차에서부터 정교한 현대 공예품에 이르기까지 중국문화 5천년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국문화대전' 을 본 사람이라면 그 규모에 일단 놀라게 된다.

예술의전당 미술관 전관을 가득 메운 1천2백여점의 중국 유물들을 보면서 "아…"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면서도 한편 이런 전시를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을까 하는 'IMF형 걱정' 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중 수교 이후 최대 문화교류 사업으로 손꼽히는 이 전시에 들어간 비용은 지난해 '이집트 문명전' 등 굵직한 전시회에 비해 아주 싸게 들었다는 게 주최측인 해림통상의 얘기. 특히 중국측 공동주최자인 중국대외문화교류협회가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면서까지 한국전을 성사시킨 데 대해 주변의 많은 이들이 놀라워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정부 대 정부의 문화교류도 아니고 해림통상이라는 한 민간 무역업체가 이런 파격적인 조건의 문화사업을 엮어낸 비결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해림통상 허해철 (44) 사장의 인맥이 크게 작용했다.

지금까지 앞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한.중 양국의 친교를 위해 고비마다 중요한 역할을 맡아온 이가 바로 그다.

허사장은 한.중 수교가 이루어지기 이미 10년 전에 혼자 중국에 들어가 중국과의 직교역 사업을 뚫은 인물. 지금도 한국담배의 독점 중국 수출권과 중국 내에 수산물 가공공장을 갖고 있다.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관계에서 어려움에 접하면 찾게 되는 국내 유수의 중국통으로 꼽힌다.

류중더 (劉忠德) 중국 문화부장과 호형호제할 만큼 중국 실력자들과의 친분도 끈끈한 편이다.

이번 전시는 바로 이런 바탕 위에서 성사됐다.

허사장은 "수교로 한국과 중국 사이에 정치적인 관계가 맺어진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교류라는 생각에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며 "그동안 중국에서 쌓아온 신뢰 덕에 중국 문화부로부터 전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고 말한다.

전시장 사정으로 절반밖에 못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로 빌려온 유물은 3천여점에 달한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방 순회 전시와 일본전도 계획 중이다.

허사장은 "무역만 하던 사람이 문화사업을 처음 벌여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문화사업에 더 많은 비중을 두겠다" 며 "내년에는 중국에서 한국문화대전을 펼칠 구상도 갖고 있다" 고 밝혔다.

여기에 덧붙여 서울에 중국문화원을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해외 문화원을 두지 않는게 원칙이지만 국내에 중국과의 교류에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는 문화원을 두기로 중국 정부와 이미 원칙적인 동의가 오갔다고 한다.

서울 전시는 29일까지 계속된다.

글 = 안혜리 기자.사진 = 오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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