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 전자카드제 도입 추진 … 경마·경륜·토토 ‘목 조르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한국마사회, 스포츠토토 등 제도권 사행산업 시행업체들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위원장 김성이)의 잇따른 규제조치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시행업체들은 “사감위의 일방적 규제조치로 합법적인 경마·경륜·토토 등이 철퇴를 맞고 있는 데 반해 불법 경마 등 제도권 밖의 도박산업이 우후죽순으로 번창하고 있다”며 “이는 주객이 전도된 잘못된 규제조치들”이라고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감위가 최근 내린 규제조치들은 ▶사행산업 매출액을 제한하는 총량 규제 ▶온라인·모바일 베팅 폐지 ▶전자카드 도입 ▶광고 규제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2011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전자카드제를 둘러싸고 이들 시행업체는 물론 스포츠토토 판매점 업주들까지 “형평성을 잃은 부당한 규제”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표 참조>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감위가 내린 조치들이 무엇이기에

전자카드제는 토토 판매점, 경마·경륜·경정장 등에서 현금 사용을 금지하고, 신원 확인 후 발급받은 카드를 통해서만 베팅할 수 있도록 하려는 제도다. 버스카드처럼 일정액을 충전한 후 사용하는 방식으로, 시행업체들은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카드 발급 및 베팅 절차가 번거로워 매출이 급감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마사회 조정기 홍보실장은 “전자카드 도입 시 경마 매출은 30% 이상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설문조사에서도 (도입 시) 63%가 베팅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고 소개했다. 김무균 토토 마케팅팀장은 “50% 이상 고객이 이탈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감위는 또 올해부터 매출 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시행업체별로 매출 상한액을 정해놓고 이를 넘을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경마는 연간 7조2742억원, 경륜은 1조8304억원, 경정은 6646억원, 토토는 1조5277억원 이상을 팔 수 없도록 정해놨다. 이에 따라 10월께 연 매출 상한선에 도달하면 남은 두 달간은 토토나 경마를 중단해야 할 처지다. 업체 측에서는 “사업자 허가를 내줘놓고 ‘얼마 이상은 장사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발하고 있다.

합법 온라인 베팅도 전면 금지됐다. 경륜·경정은 지난해, 경마는 올해부터 온라인 베팅이 전면 금지돼 관련 사이트가 폐쇄됐다. 이로 인해 불법 온라인 사이트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마사회 측 주장이다.

◆시행업체들, 왜 반발하나

사행산업 시행업체들은 “불법 사행산업이 번창하는 것은 그대로 두고 손대기 쉬운 합법 산업만 규제한다”고 항변하고 있다. 마사회 고위 관계자는 “사감위가 내놓은 일련의 규제책이 현실화되면 거대 불법 시장만 살려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를 발급하는 장소가 제한될 것이고, 발급 절차도 까다롭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 때문에 불법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고객이 늘 게 뻔하다는 설명이다. ‘맞떼기’(사설경마나 경륜)나 불법 온라인 사이트는 전화 한 통이나 클릭 한 번으로 베팅이 가능하다. 또 환급률도 10~15% 높다.

불법 도박 시장은 지난 한 해 5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합법산업의 세 수입과 기금 납부(지난해 경마 1조4000억원, 경륜·경정 3628억원, 카지노 3907억원)도 덩달아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야구·축구·농구·배구 등 4대 주요 종목 수장들은 21일 모임을 열고 “온갖 규제로 인한 토토수익금 감소로 체육진흥기금 조성에도 막대한 장애가 조성되고 있다”며 “유소년 스포츠 발전, 기초종목 육성 등에 악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사감위 방침 철회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사회 조정기 실장은 “사행산업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노력은 불가피하지만 각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조치가 아쉽다”고 말했다. 스포츠토토 김무균 팀장은 “로또는 제외하고 토토는 전자카드를 사용하게 하는 등 일관성 없는 조치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감위 박명순 기획총괄팀장은 “현재 시스템으로는 연발매(10만원 이상을 연속적으로 구입하는 행위)를 차단할 수단이 전혀 없다. 전자카드는 이런 걸 체크하는 장치라고 보면 된다”고 당위성을 설명했다. 또 정보 유출 논란에 대해서는 “주민등록번호는 본인임을 확인하고 중복 발급을 막는 역할에 불과하다. 개인정보 추적에 이용할 염려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박수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