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무섭게 번지는 신종 플루, 얼마나 위험한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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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가 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 플루에 감염된 사람은 20일 현재 1만 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는 84명에 이른다. 일본은 감염자가 200명을 넘자 4000여 개의 학교가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신종 플루의 정체와 예방법에 대해 공부한다.

일본에서 신종 플루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20일 교토의 여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다니고 있다. [교토 AFP=연합뉴스]

◆정체는=돼지 사이에서 감염되던 독감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간에게 전염된 변종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는 종간 특이성이 있어 돼지 독감은 돼지끼리 전염될 뿐 인간에게 옮을 수 없다. 신종 플루는 돼지 몸속에서 돼지 독감, 조류 인플루엔자(AI), 일반 독감 등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들이 재조합돼 만들어진 돌연변이다. 기존의 돼지 독감 바이러스와 달리 돼지에게서 사람으로, 사람에게서 돼지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람 간 전염도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신종 플루의 강한 전파력에 우려를 표한다. 사람이 ‘독감에 걸렸다’는 의미는 호흡기 상피세포의 수용기에 독감 인플루엔자가 들러붙어 증식한다는 말이다. 신종 플루가 사람에게 빨리 퍼져나가는 이유는 인플루엔자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수용기가 돼지와 같아서다. 조류 인플루엔자의 경우 수용기가 달라 전파력이 약하고 사람 간 전염 사례도 없다.

◆위험성은=사람이 신종 플루에 감염되면 일반 독감과 마찬가지로 37.8℃ 이상의 고열과 함께 기침이 나고 호흡이 곤란해진다. 치사율은 최대 6~8%일 것으로 추정된다. 조류 인플루엔자의 치사율이 50~60%였던 데 비하면 치명적이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독감 바이러스가 수시로 유전정보를 바꾸며 진화한다는 점이다. 지금 신종 플루를 앓아 면역력을 갖춘 사람도 차후 일부 유전정보가 바뀐 신종 플루에 다시 감염될 수 있다.

게다가 조류 인플루엔자의 치사력과 신종 플루의 강한 전파력이 결합된 변종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돼지의 몸에 조류 인플루엔자와 신종 플루가 동시에 침투해 서로의 유전정보를 바꿔 변종을 만들어내고 그 돼지로부터 사람이 감염되는 경우다. 또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사람에게 신종 플루가 침투해 몸속에서 변종 바이러스가 만들어지고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신종 플루의 2차 유행 시점을 올 겨울로 내다본다. 바이러스는 기온이 올라가면 활동이 저하되므로 신종 플루도 당분간 소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잠복하며 변종을 일으킨 바이러스가 날씨가 추워지면 전파력과 독성을 키워 재등장할 수 있다. 1918년 스페인 독감(5000만 명 사망), 1957년 아시아 독감(200만 명 사망)과 1968년 홍콩 독감(100만 명 사망)이 대표적인 예다.

◆예방 방법은=신종 플루는 감염자의 기침과 재채기를 통해 전염되는 호흡기 질환이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해 코와 입을 통한 바이러스 침투를 막는 게 안전하다. 또 손을 자주 씻고 꾸준히 체력관리를 해 면역력을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 또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감염이 의심되는 조류나 돼지의 고기를 먹을 때는 반드시 고온에 익혀 먹는다.

현재 신종 플루에 효과를 보이는 항바이러스제는 ‘타미플루’와 ‘리렌자’ 두 가지다. 이 약품들은 전염을 억제할 뿐 근본적인 치료 효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저한 위생과 체력관리를 통해 미리 예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인 셈이다.

박형수 기자

※도움말=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최석민 명지성모병원 감염관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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