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살림 구조조정]월수입 150만원에 지출은 274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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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부산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오모 (34) 씨에게는 아직도 봄이 오지 않았다.

IMF한파로 월평균 2백50만원쯤 되던 가게수입이 최근 1백50만원대로 부쩍 줄면서 6월 입주예정으로 분양받아놓은 아파트 (21평, 분양가 6천2백만원) 의 중도금도 못내고 있는 것은 물론, 하루 3만원씩의 일수돈마저 쓰게 된 것.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 (총 3천4백60만원) 을 치룰 목돈이 당장 필요한 형편이다.

게다가 아파트입주를 전제로 처가에서 지내고 있어 요즘은 항상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 오씨는 8월이 만기인 적금과 곗돈 (월 20만원.30만원씩) 도 이미 아파트 대금으로 당겨 써 버렸다.

한 달이면 두 아이의 교육비를 포함한 생활비 약 50만원, 안경점 월세 50만원, 기계리스대금 15만원, 대출받은 아파트 중도금 (1천2백60만원) 이자 19만원이 꼬박 필요하다.

월평균 총 1백84만원가량이 필요한 셈인데, 최근 일수돈까지 쓰면서 지출은 반대로 월평균 2백74만원으로 불어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대출금과 일수돈 (총3백만원) 의 부담이 너무 크다고 진단한다.

안경점을 처분하던지, 위약금을 물더라도 아파트를 포기해 이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오씨의 경우 살림집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 처가에서 얼마나 더 신세를 질 수 있는지에 따라 해결방법도 달라질 수 있다.

이사가 급하지 않다면 해약금이 적진 않지만 (분양가의 10%) 아파트를 포기하는 것이 낫겠다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IMF상황 이전에도 부산지역은 아파트공급이 충분했던 까닭에 앞으로도 아파트시세가 더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따라서 약 20%로 오른 대출금 이자와 아파트등기를 위한 각종 세금 (분양가의 5.6%) 을 생각한다면 아파트 취득은 오씨에게 전혀 이익이 없다.

반면 가게는 생계수단이므로 가능한 한 자본규모는 줄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

아파트를 해약하면 이미 납부한 2천7백여만원에서 2천1백여만원이 남는다.

이 돈으로 대출금과 일수돈을 우선 갚아 지출을 1백65만원으로 줄인다.

남는 돈으로는 적금과 곗돈 만기인 8월까지 적자운영을 메꾸면서 경기호전을 기대해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8월부터는 조금이라도 흑자를 낼 수 있으므로 단기의 비과세신탁상품 등을 이용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사가 부득이한 경우엔 안경점을 처분할 수 밖에 없다.

우선 가게 계약금과 재고등을 처분해 마련되는 4천만~4천5백만원의 현금으로 연체된 중도금과 잔금, 그리고 일수돈을 해결한다.

그리고 새아파트는 전세를 놓아 그중 2천만원 정도로 작은 규모의 가게 (월세 30만원 수준) 를 얻고 나머지로 전세가 낀 월세방이나 임대아파트 등을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정리 = 김정수 기자

〈도움말 = 이화여대 문숙재 가정과학대학장·하나은행 문순민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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