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독학사 학위수여식서 영문과 수석한 유중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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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11일 서울장충동 국립중앙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제6회 독학사 학위수여식에서 영어영문과 수석을 차지한 유중경(柳重京.31) 씨는 15년째 복역중인 무기수다.

하루 13시간씩 공부해 3년만에 학사모를 쓰게 된 그의 성적은 1백점 만점에 81.67점. 함께 학사모를 쓰게 된 7백73명의 동창 독학사들과의 차이는 꽃다발을 안기며 축하하는 가족이나 친지 대신 대전교도소에서 따라온 교도관과 교도차량이 곁에 있다는 것이었다.

柳씨는 고교에 재학중이던 지난 83년 술을 마시고 수시로 자신을 구타해온 친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柳씨는 87년 기독교에 귀의하면서 공부를 다시 시작, 94년 대전광역시 수석으로 고졸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한다.

"미국 현대시인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눈 오는 날 숲가에 서서 (Stopping by woods on a snow evening)' 란 시를 사랑합니다.

안락한 환경 속에 있다 해도 가야 할 길이 있다면 떨치고 가야 한다는 시구가 제 삶의 지표이기 때문이죠. " 柳씨는 사정이 허락한다면 신학대학원에서 상담학을 전공, 전문 상담인이 되는 것. 그는 "순간의 실수로 인생을 망치기 쉬운 청소년들을 위해 여생을 살고 싶다" 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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